규정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은 공개경쟁채용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 하지만 A교수는 사전에 만난 적도 없는 C를 채용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실 직원에게 전문연구요원 활용신청서를 학교 측에 제출하도록 했다. 채용 공고 등 공개채용 절차는 없었다. 결국 2019년 3월 C를 채용됐다.
교수들끼리 '짬짜미' 전문연구요원 채용
채용된 요원은 청탁한 교수 연구 수행
연구요원 55명 중 45명은 '알음알음' 비공개 채용
A교수는 편의를 다 봐줬다. C는 카이스트에서 일하면서 B교수의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아예 2019년 12월부터는 B교수의 대학으로 출장을 갔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근무일이 192일이었는데, 출장일수가 88일이었다. 절반 가까이 B교수 대학에 가 있었다는 뜻이다. B는 그곳에서도 정상근무한 일수가 11일에 불과했다. 77일은 결근·지각·조퇴였다.
이후 C는 A교수와 B교수의 애초 짬짜미대로 1년 6개월만 카이스트에서 근무하고 B교수의 연구실로 옮겨 병역특례를 이어갔다.
카이스트에서 전문연구요원 채용 청탁이 오가는 등의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공개채용 규정이 없었고, 규정이 생긴 뒤에도 교수들이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6년 9월까지 산하 공공기관에 전문연구요원 공개채용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채용공고 없이 교수들이 알음알음 청탁을 받고 뽑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2년이 지난 2018년 8월에서야 공개채용 규정을 마련했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전문연구요원이 총 39명 채용됐는데, 이 중 35명이 비공개 채용이었다. 더욱이 규정이 바뀐 뒤인 2018년 8월부터 2019년 12월까지도 전문연구요원 16명을 채용하면서 10명은 비공개 채용했다. 모두 ‘알음알음 채용’이었다. 교수들은 바뀐 규정을 무시하거나 몰랐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