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감독은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평생 축구를 위해 헌신했다. 2019년 11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도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을 정도로 축구만 생각했다. 그는 “반드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3년 여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카타르WC예선 스리랑카전 5-0
故 유상철 추모 분위기 속 쾌승
김신욱 멀티골, 정상빈 데뷔골
벤투호 4승1무 H조 선두 질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9위 한국은 약체 스리랑카(204위)를 상대로 시종일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5-0으로 크게 이겼다.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은 에이스 손흥민(29·토트넘)을 쉬게 하는 대신 김신욱, 황희찬(25·잘츠부르크), 이동경(24·울산) 등 백업 선수 대부분을 기용했다. 5일 예선 4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5-0승)에 나섰던 베스트11 중 남태희(30·알사드)만 남기고 10명을 바꾼 ‘플랜 B’였는데 적중했다. 김신욱은 선제골에 이어 전반 43분 페널티킥 골을 추가하며 ‘스리랑카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신욱은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에서도 4골을 퍼부었다. 전반 22분엔 이동경이 왼발로, 후반 8분엔 황희찬이 오른발로 한 골씩 보탰다. ‘K음바페’(한국판 킬리안 음바페)로 불리는 19살 특급 유망주 정상빈(19·수원 삼성)도 후반 32분 골맛을 봤다. 김신욱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지 불과 5분 만이다. 정상빈의 A매치 데뷔전 데뷔골. 이동경의 슈팅을 골문 앞에서 왼발로 방향만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맹활약 중인 송민규(22)와 강상우(28·이상 포항)도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은 스리랑카와 역대 전적에서 3전 전승(1979년 6-0 승, 2019년 8-0 승)으로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4승 1무의 한국(승점 13, 골득실 +20)은 2위 레바논(승점 10, 골득실 +4)에 승점 3점 차로 앞서 H조 선두를 지켰다. 한국은 13일 레바논과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상 조 1위와 최종예선행을 굳혔다. 질 경우 승점이 같아지지만, 골득실에서 레바논에 크게 앞서기 때문이다. 2차 예선에선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다득점-페어플레이 점수-추첨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조 1위(총 8개 조) 팀은 최종 예선에 직행한다. 각조 2위 8개 팀 중 상위 4개 팀도 최종 예선 출전권을 얻는다. 스리랑카전에 나서지 않고 휴식을 취한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경기장에 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 만원 관중 속에서 경기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마지막 레바논전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약속했다.
고양=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