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5년 만에 열리게 되는 도쿄올림픽에서 알리자데는 변함없이 태권도 여자 57㎏급에 출전한다. 우승을 향한 도전 의지도 그대로다. 다만 국적이 바뀌었다. 경기복에는 이란 국기와 ‘IRAN’이라는 글자 대신 ‘EOR’을 새기고 뛴다. ‘난민 올림픽팀’을 뜻하는 프랑스어(Equipe Olympique des Refugies) 약자다. 출전 비용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부담한다.
전 이란 올림픽 동메달 알리자데
지난해 차별·억압 피해 독일 망명
난민 대표로 29명, 12개 종목 출전
바흐 “올림픽 공동체 필수 구성원”
도쿄올림픽 출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독일 정부로부터 망명 승인은 받았지만, 국적은 취득하지 못했다. 독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었다. IOC가 리우올림픽부터 도입한 EOR을 통한 참가로 목표를 바꿨는데,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되면서 1년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8일(한국시각) IOC가 발표한 도쿄올림픽 EOR 엔트리에 알리자데도 이름을 올렸다. 그간의 용기와 노력, 인내에 대한 보상이었다.
도쿄올림픽에는 히잡을 벗고 새롭게 도전하는 알리자데 등 29명의 난민 선수가 참가한다. 출신 국적은 이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 11개국이다. 다양한 이유로 국적을 포기하고 난민이라는 험한 길을 선택했다. 이들의 출전 종목은 태권도, 레슬링, 수영, 육상 등 12개 종목이다.
토마스 바흐(68) IOC 위원장은 9일 “이제 EOR은 올림픽 공동체의 필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이 전 세계에 연대와 회복, 희망의 가치를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원(74)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도 이날 “알리자데 등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는 3명의 EOR 선수를 응원한다. 전 세계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수백만 난민에게 희망을 주고, 난민에 대한 지구촌의 주의를 환기하는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한편, IOC는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을 공식화했다. 제임스 매클리오드 IOC 올림픽 연대 국장은 “4월 불참 통보 이후 (북한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이젠 그들이 갖고 있던 종목별 출전권의 재분배를 논의할 시점이다. (올림픽 출전을 기다리는) 다른 선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여름올림픽에 불참하는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3년 만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