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연방 국세청(IRS)의 미공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최상위 부자 25명의 2006~2018년 세금 납부 내용을 분석해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는 경제 매체 포브스가 추정한 25명의 자산증가액과 그들의 세금 납부액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25명의 주식·부동산 등 자산은 4010억 달러(약 447조 5200억 원)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들이 낸 연방소득세는 136억 달러(약 15조1600억 원)로 자산증가액의 3.4% 수준에 그쳤다.
프로퍼블리카는 연간 7만 달러(약 7800만 원)를 버는 미국 중위소득 가정이 평균 14%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 내 최고 소득세율은 부부 연간소득 62만8300만 달러(약 7억 원) 이상 가정에 적용된 37%였다.
"투자 손실 이유로 소득세 '0'원"
더욱이 2007년과 2011년에는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베이조스는 2007년에는 4600만 달러(약 513억 1800만 원)의 투자 손실을 봤고, 2011년에는 투자 손실이 수입을 초과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프로퍼블리카는 “2007년 베이조스의 자산은 38억 달러(4조 3500억 원) 늘었고, 2011년에도 자산증가액이 투자 손실을 넘어섰다”면서 “대출로 인한 '이자 납부 비용'이라는 모호한 항목으로 세금 공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14~2018년 자산이 139억 달러(약 15조 3900억원)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3.27% 수준인 4억5500만 달러(약 5075억 9800만 원)를 소득세로 냈다. 그 역시 2018년 연방소득세는 내지 않았다. 머스크는 소득세 관련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에 “?”라고만 답변했다고 프로퍼블리카는 전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컨과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도 이런 방식으로 각각 2016~2017년, 2016~2018 연방소득세 납부를 피해갔다. 아이컨은“가난하든 부유하든 소득이 없다면 세금을 내지 않는 것”라며 자신은 모든 세금을 납부했다고 강조했다.
"일반인 접근 어려운 절세 방법도"
이에 따르면 부자들의 소득은 주로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 상승에서 발생한다. 주로 자산을 담보로 부를 불려 나간다. 그런데 이런 자산은 팔지 않는 이상 소득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소득세 과세 대상에 잡히지 않는다. 기부 등을 활용해 소득세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반면 중산층 임금 근로자는 소득 대부분이 급여에서 나와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크다는 게 프로퍼블리카의 지적이다. 이에 따르면 40대 초반 중산층 임금 근로자는 2014~2018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순 자산은 약 6만5000달러(약 7250만 원) 증가했지만, 소득세도 5년 동안 6만2000달러(약 6915만 원)를 냈다.
개인 정보 유출 논란으로 '불똥'
이날 찰스 레티그 국세청장은 보도가 나오기 전 상원 재무위원회에 참석해 “IRS가 다루는 민감하고 사적인, 기밀 정보에 대한 모든 미국인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보도 직후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감사관실, 재무부 세금 행정관실을 중심으로 정부 기밀 자료가 유출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부자 증세를 언급하며 “최고 소득을 올리는 기업과 개인은 공정한 몫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 제안에도 (부자 증세가)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