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하라”…“플랫폼 노동자 인정하라”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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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조는 9일부터 쟁의권 있는 조합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원들이 8일 결의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7일(현지시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개막식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가운데 국내 경영계와 노동계가 각각 원하는 노동법 개정 요구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19일까지 진행되는 ILO 총회에선 회원국들의 노동 제도 관련 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다음 달 6일 시행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재개정에 집중하고 있다. 8일 경총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노조법의 문제점과 보완 입법 방향’ 토론회를 열고 경영계의 요구안을 공개했다. 해고된 직원이 노조 활동을 위해 회사 안으로 들어올 때 사업주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명문화해달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파업했을 때 회사가 대체 근무 직원을 투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건도 완화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노·사, 개정 노조법 놓고 힘겨루기
경총 “해고자 노조활동 제한해야”
민노총 내달 3일 1만명 집회 예고
경사노위, 플랫폼 회의체 만들기로

손경식 경총 회장은 “노동계의 투쟁적이고 비타협적인 노동운동 관행이 만연한 상황에서 해고자나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노사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질 우려가 크다”며 “과거 노조의 입지가 취약했던 시절에 만들어져 사용자 측에 극히 불리한 규정들을 주요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파업 때 대체근로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더라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수단에 해당하며,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새 노조법이 ILO가 지정한 노동권 수준에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나오는 지적은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ILO 핵심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주체는 고용이나 종속관계에 국한되지 않은 모든 노동자가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 해고 직원의 노조 가입 규정과 관련해 노동계는 더 강한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해고 직원의 노조 활동은 법으로 보장하지만, 노조의 임원이 되는 데엔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 규정 또한 ILO 기준에 따른 노동자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7월 3일 조합원 1만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8일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4월)을 큰 성과로 들지만, 우리의 노동법 체계는 후진적이고 국제 기준에 한참 미달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이 무력화되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집회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와 심경을 고발하고 토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밖에 산업재해 재발방지책 촉구, 비정규직 철폐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7일 본위원회를 열어 배달 서비스 등 플랫폼 산업 종사자 보호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플랫폼 산업 회의체에선 종사자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플랫폼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사노위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해 본위원회를 구성한다. 7일 위원회에 민주노총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