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현 탄생 100주년 특별전 ‘一中, 시대의 중심에서’가 8일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이사장 김재년)가 마련한 전시로 글씨와 탁본, 서첩 등 자료 150점을 통해 일중의 삶,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1934년 13세였던 일중이 집 안에 있던 선대의 친필 간찰과 시고 등을 모아 장첩한 책자, 1938년 17세에 쓴 한글작품 등 전시장은 마치 박물관의 유물전을 방불케 한다.
서울 백악미술관 150점 선보여
웅장하고 늠름한 한글 고체 창안
서체 혼융, 독보적 ‘일중체’ 일궈
전시는 일중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한글과 한자 서예 두루 능통한 드문 작가였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일중의 서예 궤적은 한글과 한문을 오가며 발전해간 과정”으로 요약했다.
김현일 백악미술관장은 “일중은 10대에 전조선남여학생작품전에 한글 궁체작품과 한문 해서 작품을 함께 출품했는데, 이는 국한문서예에 대한 균형이 김충현의 서예를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일중이 한국 문화에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은 ‘일중체’의 확립이다. 이번 전시에선 1970년대 말 ‘일중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고려 말 성리학자 이색(1328~1396)의 시 『서대행』을 12폭 병풍에 담은 대작도 공개된다.
한편 삼연 시(三淵詩·1987)는 이번 전시의 핵심으로 각종 서체를 한 화면에 구성한 작품이다. 김 관장은 “일중은 다양한 서체를 익히고 법의 구애 없이 자유롭게 구사하는 작품을 서예가 추구할 방향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박래현, 천경자, 정종여, 김은호 등이 그린 표지에 김충현의 제호가 더해진 책들도 전시에 나왔다. 김현일 관장은 “일중의 행보와 궤적은 우리에게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면서 “일중은 자신의 호처럼 서예 하나만을 충심으로 섬기며 꿋꿋하게 나아간 분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