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安 내게 화답” 이준석식 주인공 정치…나경원 “아전인수”

중앙일보

입력 2021.06.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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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6일 오후 울산 남구 국민의힘 울산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론은 내 ‘대선 버스 정시 출발론’에 대한 화답이다”  
“내가 제시한 지역위원장 문제에 대한 안철수 대표의 전향적 검토에 감사하다”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나선 이준석 후보가 최근 윤 전 총장과 국민의당 안 대표를 향해 한 발언이다. 앞서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일정에 대해 “버스는 제시간에 출발한다”며 일각의 연기 주장을 일축했던 이 후보는, 최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조기 입당설이 제기되자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상 우리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타겠다는 의지로 화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를 두고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당과 합당에 대해 지난달 말 “소 값을 후하게 쳐 드리지만 급조한 정당조직(지역위원장)엔 한 푼도 못 드린다”고 각을 세웠던 이 후보는 최근 국민의당이 지역위원장 임명을 일시 보류하자 8일 “내가 조건을 제시한 지역위원장 문제에 대한 전향적 검토에 감사드린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 후보는 “안 대표 자택과 제 집의 거리는 1㎞ 남짓”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사이에 있는 동네 카페에서 차 한 잔 모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이 후보의 발언을 놓고 대선과 야권 통합 등 굵직한 정치 이슈의 중심에 본인을 두는 일종의 ‘주인공 정치’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국민이 관심을 갖는 야권의 정치 이슈가 이준석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순수한 의사를 나에 대한 화답이라는 식으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오종택 기자

 
하지만 경쟁 후보 측은 “상대방의 의도는 안중에 없는 아전인수”라고 반발한다. 나경원 후보는 8일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의 순수한 의사를 ‘나에 대한 화답’이라는 식으로 활용했다”며 “본인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윤 전 총장을 조연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경솔함이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준석 리스크’는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 중진의원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데도, 이 후보가 두 사람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런 발언은 민감한 야권 통합 국면에서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