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와 엇갈리는 판결이 나옴으로써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더욱 길게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원고단이 항소하고 또다시 대법원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냥 사법부의 판단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피해자 구제의 관점에서도 그렇고,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외교적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판결이 엇갈리는 만큼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명분과 현실성이 약해졌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슬기로운 해법을 만들고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2018년 대법 판결이 나기 전부터, 혹은 그 이후에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나섰더라면 피해자 구제 지연과 불필요한 외교적 혼란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학계나 정치권에서 제기된 여러 방안 가운데 피해자와 일본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으면 된다.
‘사법 판단 존중’이란 정부 명분 약해져
런던 G7회의서 한·일 정상 머리 맞대야
때마침 11일부터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함께 참석한다. 지난해 9월 스가 총리 취임 이래 양국 정상은 아직 얼굴을 맞댄 적이 없다. 이번에도 한·일 정상의 만남이 정식 회담이 아니라 상견례와 함께 잠깐 환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사 문제 이외에 북한 핵무장, 미·중 대립 등 협력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하는 관계는 두 나라 모두 이로울 게 없다. 문 대통령과 외교 당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일본도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응해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