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수표로 재산을 숨긴 채 세금을 내지 않던 체납자들도 최근 서울시로부터 무더기로 세금을 징수당했다. 부동산 투자업자 B씨는 세금 2400만원은 내지 않으면서 주식을 92억원씩 굴리다가 최근 서울시로부터 주식을 압류당했다. 그동안 “여력이 없다”며 세금을 내지 않던 그는 곧바로 서울시에 찾아와 세금을 전액 납부했다. 사채업자 C씨도 서울시에 재산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숨겨놓은 현금 438억원을 은행에서 수표로 바꾸다가 적발되자 비로소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 5월 285억 세금 추징 5년만 최대 실적
현장조사 줄었지만 코인·주식 계좌 다 털려
하지만 아직도 세금을 수년째 내지 않고 버티는 이들이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월 초 기준으로 누적된 체납액은 총 3조1234억원에 달한다. 그중 2조4000억원가량은 체납자에게 신고된 재산이 없어 징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 약 6500억원이 실질적으로 징수 가능한 체납액으로 분류됐다. 서울시에서만 69만여명의 시민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세금 징수를 늘리기 위한 ‘특단 조치’를 준비중이다. 먼저 미술품, 도자기 등 부동산 이외 재산들을 적극적으로 압류하고 매각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술품 등은 압류를 해도 보관 방법 등의 문제로 감정가격이 잘 나오지 않아서 효율이 별로 없었다”며 “예술품 매각에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있는 전문 매각기관을 선정해 활성화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술품, 차량, 부동산 적극 매각할 것"
FIU(금융정보분석원) 등과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체납자가 국내외로 1000만원 이상 송금한 내역을 포착하면 전방위로 자금 추적에 나서기로 했다. 가상화폐, 수표, 주식, 2금융권, 금 거래내역까지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실명법에 따라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는 친인척 계좌조회까지 가능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9억7000만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5년 넘게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어 징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용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반장은 “앞으로 금융재산추적팀을 신설하고 조사관 수도 확대해 세금 징수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