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갑자기 사라진 GS건설 '자이',그리고 강남구청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6.05 06:02

수정 2021.06.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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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에 있는 '자이'광고물 중 일부가 스티커로 가려졌다. 함종선 기자

유동인구와 교통량이 많은 서울 강남지역에 광고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위치와 광고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옥외광고 비용이 1년에 억대를 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남 큰 길가에 있던 GS건설의 '자이' 광고물 여러개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GS건설이 돈 한 푼 내지 않고 강남 큰 길가에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 광고를 2년 넘게 하다가 최근 강남구청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고 '자이' 로고를 스티커 등으로 가렸다고 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강남구 옛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공사를 하고 있는 GS건설은 2018년 공사장 펜스 곳곳에 '메이드 인 자이'등의 광고물을 설치했습니다. 공사장 펜스는 지자체가 관리하게 돼 있고 강남구는 도시 미관을 좋게 한다며 주로 그림 등을 펜스에 설치하게 했는데, GS건설이 그림 사이 사이에 자사의 광고물을 넣은 겁니다. 
 

아파트 공사장 펜스에 있던 '자이' 돌출 광고물을 하얀 비닐로 덮어놨다. 함종선 기자.

GS건설이 불법으로 공짜 광고를 한 것인데, 이런 불법이 시정된 건 한 시민이 불법 광고라고 구청에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남 구청 담당자는 그런 불법 광고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하네요. 바빠서 현장에도 못 가 봤다고 합니다. 


아무튼 기존에 있는 광고물에서 '자이'부분만 가렸기 때문에 누가 봐도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펜스 설치물 관리를 통해 도시 미관을 좋게 하겠다는 강남구 정책이 무색합니다. 
 
요즘에는 강남구가 공사장 펜스에 '미미위 강남(ME ME WE GANGNAM)'이란 강남구 슬로건을 붙이게 합니다. 지난해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미국 뉴욕의 'I ♡ NY'을 본 따 만든 것이라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남구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미미위 강남'은 나(ME),너(ME),우리(WE)가 함께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품격 강남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너'를 왜 'ME'라고 표현했느냐는 물음에는 '당신은 또 다른 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사람에게 강남구청의 설명을 전했더니 이상하다고 하네요. 외국인들에게도 강남구가 친숙하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 공들여 만든 슬로건이라는데. 
 

강남구 옛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공사현장 펜스에 설치된 강남구청 브랜드 홍보물. 함종선 기자

강남구는 '미미위 강남'슬로건을 알리기 위해 도산공원이나 지하철역 인근 등에 '미미위강남'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설치비용으로만 벌써 2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세금이 아깝다고 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강남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런데에 세금을 쓰느라 바빠 대형건설사가 버젓이 강남 큰 길가에서 불법 광고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함종선 부동산팀장 ham.jong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