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성추행 의혹에 공군참모총장 “사의 수용”…사표 수리는?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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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사의 수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사망 사건과 관련,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이 총장이 “무엇보다도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는 입장문을 내고 사의를 밝힌 지 1시간 20분 만이다.
 
이 총장의 사의는 수용됐지만, 사표가 수리된 것은 아니다. 박 수석은 “사표 수리와 관련한 절차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참모총장은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일종의 사표인 전역지원서를 수리할 때 전역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 총장은 국방부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전역지원서가 아직 수리되지 않은 건 부사관의 사망 사건과 관련된 보고·조치 과정에 이 총장이 져야 할 책임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 검경과 국방부는 전날 합동수사단을 꾸리고 공군 성추행 의혹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지휘부의 보고·조치의 문제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고위공직자의 사표 제출 시에는 재직 중에 부정·비리와 관련된 사항이 없는지 관련 기관의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건은 이 총장 본인이 조사나 수사를 받아야 할 사항도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절차를 마친 뒤 이 총장의 전역지원서가 청와대로 넘어오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4일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총장은 "먼저 성추행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총장이 지난달 31일 공군 교육사령부 대연병장에서 거행된 공군 제146기 학사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훈시하는 모습. 뉴스1

청와대는 일반적으로 고위공직자의 비위 행위가 있을 때 사표까지 수리한 뒤 이를 발표했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경우도 전날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알렸다.  
 
청와대가 이 총장의 경우 사의 수용을 먼저 발표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고·조치 과정의 문제를 조사한 뒤에 전역지원서를 수리하려면 일주일은 걸린다. 문 대통령이 먼저 사의를 수용함으로써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공군 성추행 사건에 대해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나흘 만에 문 대통령의 입장이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의 경질 가능성까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경질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 말하는 것은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