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 방송은 3일(현지시간) 대중 잡지사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판정에 따라 18만7500달러(약 2억1000만원)를 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EC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이 잡지사가 "트럼프와 불륜이었다"고 주장하는 모델 캐런 맥두걸의 입을 막기 위해 15만 달러(약 1억6000만원)를 줬다고 판정했다.
맥두걸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아들 배런을 출산한 직후인 2006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던 NBC 방송의 '어프렌티스'에서 그를 처음 만났고, 10개월여 불륜 관계를 유지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해왔지만, 측근으로 2016년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그를 지지했던 AMI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페커가 맥두걸에게 돈을 주며 불륜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벌금 부과는 FEC가 지난 1일 미 시민단체 코먼코즈에 보낸 답변서가 공개되며 드러났다. 앞서 코먼코즈는 이 입막음이 당시 대선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며, 인콰이어러 모회사인 AMI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FEC는 AMI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볼만한 근거를 확보했다고 했지만, 트럼프 측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데는 충분한 찬성표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잡지사 측이 벌금에 동의했다는 내용도 답변서에 담겼다. 다만 AMI는 고의로 선거법을 어겼다는 FEC판정에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FEC 공표는 30일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을 비롯해 FEC·AMI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코먼코즈는 벌금 부과가 "민주주의를 위한 승리"라면서도 "FEC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반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FEC 결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