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세계 전략에서 중국의 국익이 다르고, 한국의 국익 또한 다르다. 중국이 아무리 우리 수출 제품을 많이 받아준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의 세계 전략을 무턱대고 추종할 수 없다.
거기에서 고민이 나온다. 우리는 미국의 입장에 완전히 동조할 수 없고, 중국의 편에 설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미국-중국 사이의 '줄타기 외교'가 아슬아슬 위험한 이유다.
「
미·중 사이의 줄타기 외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벌였던 한중 정상회담을 복기해보자.
문재인-바이든 공동 기자회견. 미국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를 질문으로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혹시 대만 관계에 대해 압박을 가하지 않았습니까?
골치 아픈 질문. 바이든은 답변에 나서는 문 대통령에게 '행운을 빈다(Good luck!)'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압박은 없었습니다. 두 나라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정답~!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가면서 양국이 그 부분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핵심이익'이라는 게 있다. 신장 위구르 문제, 남중국해 문제, 홍콩 문제, 그리고 대만 문제다. 중국은 이 중에서도 '대만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정상회담 전에 콕 집어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공동선언에는 이 문제가 포함됐다. 중국으로서는 발끈할 사안이다. 국내 언론이 정상회담 직후 중국 반응을 주시한 이유다.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놓고 국내에서는 향후 한중관계를 걱정하는 보도가 나온다. 청와대가 너무 낙관한다는 질타도 있다.
허나 필자 생각은 좀 다르다.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중국이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의 '양안 관계의 특수성' 발언이 핵심이다. 중국은 양안 관계를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지 않는다.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고, 중국-대만 관계는 중국 내정'이라는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앞에서 그걸 거론했다.
그냥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 당국과 중국이 사전에 커뮤니케이션해왔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중국 외교부가 절제된 언어로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한 이유일 터다.
「
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한미 동맹 관계가 역으로 한-중관계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좁디좁은 길을 봤다. 대중 외교의 정도다. 기자회견 문 대통령 답변이 멋지게 보인 이유다. 미국의 '압박'을 동맹 강화로 연결하면서도, 중국을 건드리지 않은 신중함.
」물론 앞으로도 관리를 잘해 나가야겠지만 말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