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가계부와 비교해보면 서민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석유류 가격도 23.3% 급등했다. 2008년 8월(27.8%)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면서다. 서비스 물가도 올랐다. 워낙 비싼 농축수산물 가격 때문에 재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 가격이 2.1%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공공주택관리비(7.3%)ㆍ보험서비스료(9.6%) 등 개인서비스 비용이 특히 늘었다.
소득이 늘어난 것도 정부로부터 받은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 덕이었다. 실제 일을 해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277만8000원으로 1.3%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뜀박질하고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ㆍ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직전 저점이었던 작년 8월(2.55%)보다 0.36%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3%로 작년 8월(2.39%)보다 0.34%포인트 높았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65%)도 지난해 8월(2.86%)과 비교하면 0.79%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의 버블은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집값은 0.40% 올라 지난 1년 내내 상승하며 전월(0.35%)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방향성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려는 상당하다”면서 “특히 식료품 가격 등이 엄청나게 올라 체감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성 교수는 이어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노동 경직성이나 각종 규제를 걷어내 투자와 고용, 소득 증가가 선순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손해용ㆍ임성빈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