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중국 출신 예술가 아이웨이웨이의 방에 들어갔는데,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할 새 프로젝트 ‘염념(念念)’의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초대장 하나를 친구 이언 보이든에게 보냈다. 나와 미국 웨슬리안대와 난징대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이언은 2016년 워싱턴 주 산 후안 섬의 한 박물관에서 개최된 ‘아이웨이웨이: 단층선’ 전시의 큐레이터였다.
쓰촨 대지진 희생 아이들
이름 낭독 ‘염념’ 프로젝트
39일간 진행된 추모 행사
“아이들 넋 소환하는 것”
아이는 다큐멘터리, 비디오, 대지진 현장에서 모은 재료로 만든 조형물 등을 통해 대지진으로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가장 최근 활동은 ‘단층선’ 전시의 한 부분(5197명 어린이들의 이름·나이·성별·학교 목록)을 연장한 ‘염념’ 낭독 프로젝트였다. 산 후안 박물관 벽에 나열된 이름들이 오디오 챗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통해 시간으로 변하고, 936시간 동안 다양한 자원자들이 그 이름들을 낭독할 예정이었다. ‘염념’은 4월 4일, 중국에서 망자를 기리는 전통 명절인 청명절에 시작되어 대지진 추모일인 5월 12일까지 39일 동안 진행됐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추모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 역시 편법과 규정 무시, 공무원들의 잘못된 조치 등으로 250명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매년 뉴욕에서는 9·11 테러 추모일에 유가족들이 희생자 3000여 명의 이름을 낭독한다. 워싱턴 D. C.의 베트남 전쟁 기념비, 부산의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비에는 사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기억하게 하려는 노력 때문에 구타를 당하고 망명한 자가 그런 기념물을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는 문화대혁명 때 아버지가 숙청되고 온 가족이 신장으로 추방당해 고비 사막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특히 자연재해와 사고로 희생된 어린이들의 이름을 읽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안다. 휴대전화로 아이와 접촉한 사람 중 한 명은 클럽하우스 앱에서 13분간 200명의 이름을 낭독한 직후 체포됐다.
구글에 ‘念念’(염념)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念念不忘’(염념불망, 결코 잊지 않음)이라는 문구를 완성시킨다. 아이의 설명을 빌리자면 ‘念’이라는 글자는 현재(今)에 있는 심장(心)이다. 중국에서 이 글자는 기억하다, 그리워하다, 소리 내 읽는다는 의미다. ‘염념’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이 되어갈 때쯤, 중국 시인 양롄은 이렇게 말했다. “이 이름들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죽은 아이들의 넋을 우주의 암흑 속에서 거대한 기억으로 소환하는 것과 같다.”
나는 5주 이상을 클럽하우스 앱으로 문천 대지진 희생자 명단 낭독을 들으며 일상을 보냈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창밖의 나무가 점점 푸르러지고 꽃망울이 터졌다. 강의를 준비하고, 잠을 자고, 심지어 가야금을 연습하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그 차분하고 리드미컬한 목소리를 들었다. 혼자 식사할 때면 소리를 키우고 각각의 이름과 의미에 집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미국·아시아, 세계 곳곳의 낭독자들이 저마다의 억양으로 이름을 낭독했고, 나는 종종 그들이 읽는 이름들의 성조와 억양을 소리 내 따라 불렀다.
코로나19로 사망한 350만 명의 이름을 ‘염념’ 프로젝트와 같은 속도로 낭독할 경우 거의 4000시간이 걸린다. 이름만 낭독하는 데에도 반년이 지나가는 셈이다. 반년은 남겨진 우리가 그들의 빈자리를 받아들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할 것이다.
조세린 클라크 배재대 동양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