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사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가 늘어난다. 하지만 셈법은 간단치 않다. 이번 대책이 고소득자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민·실수요자 주담대 우대요건 완화 대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민·실수요자 주담대 우대요건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연간 소득 9000만원 이하(생애최초 1억원 미만)인 사람이 9억원 이하(조정지역 8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60%(조정지역 70%)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최대 대출 한도는 4억원이다.
서민·실수요 우대 조건 적용하니
한도 4억, DSR 고려 땐 실익 적어
소득 클수록 대출 많아지는 구조
DSR 산정서 빠지는 대출 활용을
연 소득이 5000만원이고 5000만원(연 금리 3%)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 A씨가 6억5000만원(5월 말 기준)인 상계주공6단지 전용 41.3㎡를 사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번 규제 완화로 7월부터는 집값의 6억원까지는 LTV를 최대 60%, 6억원이 넘는 액수에 대해서는 LTV 50%가 적용된다. 주담대(금리 연 2.7%, 30년 원리금 균등 상환) 액수는 2억4200만원에서 3억6250만원으로 1억2050만원 늘어난다.
대출 가능 금액 어떻게 변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담대 액수는 늘지만, 신용대출은 줄여야 한다. A씨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5000만원)을 포함할 경우 DSR은 50.3%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그대로 유지하면 주담대가 2억3000만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주담대를 최대한 받으려면 신용대출을 135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 결국 A씨가 받을 수 있는 총 대출(기존 주담대와 신용대출)액은 2억9200만원에서 3억7600만원(늘어난 주담대 3억6250만원+신용대출 1350만원)으로 8400만원 늘어난다.
계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담대 최대 한도가 4억원인 것도 유의해야 한다. A씨가 같은 단지 내 전용 58.01㎡를 매매할 경우를 살펴보자. 5월 말 기준 KB시세는 8억1000만원으로, 이번 규제 완화로 LTV 우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LTV만 적용하면 대출금액은 5억1500만원이지만, 실제로는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은 4억원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A씨가 올해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은 300만원이 전부다. 결국 대출 총액은 3억7400만원에서 4억300만원(주담대 4억원+신용대출 300만원)으로 2900만원만 늘어나게 된다.
대출 가능 금액 어떻게 변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연 소득이 높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연 소득이 9500만원이고 8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 B씨는 상계주공 6단지 전용 41.3㎡와 58.01㎡를 살 때 신용대출을 줄일 필요가 없다. 주담대 증가분을 각각 1억2050만원과 7600만원씩 더 대출받을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6억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주담대 4억원, 신용대출 1억원을 빌려 구매한다면 필요한 가계소득은 9000만원으로 상위 10% 이내인 가계만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최대한 유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부 중 소득이 많은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은 뒤 주담대를 받으면 DSR 산정 소득에 여유분이 많아져 신용대출을 줄이지 않고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며 “이후 배우자가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는 게 대출을 더 많이 받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DSR 산정에서 제외되는 대출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사 기금 등 회사가 운영하는 복지제도나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 약관 대출 등은 DSR 산정에서 제외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