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비읍시옷 되는 것" 과거 발언 꺼내 불지른 이준석

중앙일보

입력 2021.06.02 11:29

수정 2021.06.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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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급부상에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표정이 어둡다. 악연이 켜켜이 쌓여있던 차에 1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과거 안철수 대표를 향해 욕설이 담긴 비난을 한 사실이 거론되면서 불난 데 기름 부은 모양새가 됐다.

2016년 4월 7일 노원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참석한 이준석 당시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1일 오후 생중계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2차 TV토론에서 나경원 후보는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안철수 대표와 합당이 어려워지겠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안 대표와 이 후보 사이에 감정의 골이 되게 깊은 것 같다. 과거 (안 대표를 향해) 적절치 않은 단어를 사용해 징계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가 거론한 것은 2019년 3월 당시 이 후보가 사석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안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던 이 후보는 당 연구원 소속 청년정치학교 관련 행사에서 당원들에게 “안 대표가 그렇게 하면 XX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이 후보가 속한 바른정당계 간 내홍이 깊어진 가운데 해당 녹취록이 한 유튜버를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최고위원이던 이 후보의 직위해제 징계를 결정했고, 바른정당계는 “손 대표의 사당화”라고 반발하며 분란이 일었다.
 
이 후보는 “제가 안 대표에게 했던 발언은 사석에서 한 발언이고, ‘안 대표가 그렇게 하면 비읍시옷 되는 것’이라고 한 것”이라며 “문제가 될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국민의당에선 강한 반발이 나왔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장애인 혐오 표현을 담은 폭언을 본인 입으로 다시 내뱉으면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걸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와 오랜 갈등을 겪은 이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가 될 경우 합당 등 관계 설정에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많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던 이 후보와 국민의당 소속이던 안 대표가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게 갈등의 시작이다. 총선에서 이긴 안 대표의 대선 출마로 해당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생겼는데, 당시 바른미래당에 함께 몸담고 있던 이 후보와 안 대표 간에 공천을 놓고 갈등도 불거졌다. 이후에도 이 후보가 지난 1월 안 대표를 향해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안 대표에) 부정적”이라고 비판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후보는 ‘공과 사는 구별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공사 구별이 안 된다”며 “마인드 자체가 패기 있고 담백한 젊은 청년이 아니다. ‘원칙 있는 합당’을 지킬 카운터파트인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