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지난달 백신 접종으로 줄어들었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제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영국의 하루 신규확진자 수는 지난 1월 8일 6만7846명을 기록했다가 서서히 감소해 지난달 3일 1614명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며칠 사이 2000명대로 올라섰고, 보름 만인 지난달 28일 4000명을 넘어섰다. 이후 지난 6일 연속 3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3차 유행이 시작됐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감염병 전문가 라비 굽타 교수는 “신규 확진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섰다는 건 3차 유행 초기 징후”라며 “향후 몇 달 동안 ‘매우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계획도 연기 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영국은 봉쇄 완화 로드맵에 따라 이르면 6월 21일부터는 봉쇄 관련 모든 규제를 해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만 믿고 봉쇄를 풀었다가는 작년 말처럼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지난 주말 영국 공원과 해변 곳곳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휴가를 즐겼다. 휴양객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도 마스크 착용도 하지 않아 인도 변이 확산과 맞물려 재확산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영국의학협회(BMA)도 “봉쇄 완화는 날짜가 아닌 데이터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검토한 뒤 봉쇄 해제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행스러운 건 백신이 인도 변이 감염 차단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에 따르면 인도 변이 감염자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는 73%,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3%로 나타났다.
문제는 1회 접종만으로는 감염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인도 변이가 1회 접종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이유로 2차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차와 2차 접종 사이의 간격을 현재 11~12주에서 8주로 좁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국 워웍대학 바이러스 전문가 로런스 영 교수는 “1차와 2차 접종 간격이 길수록 면역 반응이 더 강하고 오래가지만, 현재로써는 접종 간격을 줄여 2차 접종을 되도록 광범위하게 진행해야 한다”라며 “인도발 변이의 확산과 감염을 막으려면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굽타 교수도 “인도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봉쇄를 해제하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봉쇄 해제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봉쇄 완화와 관련한 최종 결정을 6월 14일로 미룬 상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