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가 있어 알려드립니다. 서울○○지검은 교육부가 수사의뢰한 ‘A대학교 부총장 자녀 대학원 부정입학 사건’을 수사하여 지난 4.23. ①전 부총장 B씨를 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②대학원 부정입학에 관여한 교수 C·D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하고, ③그외 교수 7명은 불기소 처분하였습니다. 끝.”
부정입학 사건 결론은 세 문장 문자
재벌가 보복운전 7개월만에 알려져
임무의 본질 헷갈리고 신뢰 바라나
피의자 인권 보호가 ‘지상 과제’인 검찰의 일처리 방식은 언택트 시대에 이렇게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공보 문자는 2019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 제1265호)에 따라 작성됐을 것이다. 추가 질문은 사절이다. 사건을 제일 잘 아는 수사 검사는 기자와 접촉 금지다. 국민의 알 권리 등 예외적인 경우에 더 상세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지만,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쯤 되니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헌법이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한 기소권이 이렇게 쥐죽은 듯이 조용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권한이었던가. 피고인을 공개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다만, 헌법기관의 공식 판단(기소)에 대한 최소한의 논거와 법리가 국민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아도 되는지 묻고 싶어졌다. 그 임무를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검사들에게 혈세를 쓰니까. 만의 하나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나는 무리한 기소인지를 지적하려 해도 공소장을 봐야 가능한 일 아닌가 말이다.
앞서 사립대 입시 부정 사건은 지난해 4월 교육부의 종합감사에서 적발돼 공개적으로 검찰에 고발·수사의뢰됐다. ‘문자 마무리’는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와 부합하는가. 최근 법무부와 검찰에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공소장이 공개된 일이 수사로 비화했다. 국민이 사건 내막을 언제, 얼마만큼 알아야 정의로운 것인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기고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새로운 형사사법의 시대다. 새로운 시스템 안에서 수사 공보라는 고도의 임무가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표현의 자유,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조화를 이루며 공정하게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크게 염려했던 피의 사실 공표의 폐해를 걱정하기에 앞서 더 본질적인 책임과 의무부터 제대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게 먼저다. ‘무죄 추정의 원칙’ ‘피의자 인권 보호’ 등의 구호가 사회에 저질러진 불법을 감추는 데 악용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급기야 재판에서 현출될 공소 사실을 공개한 걸 대역죄로 취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찰도 ‘아노미 상태’에 빠진 듯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을 처리하면서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공권력은 CCTV와 유튜버에 자리를 내줬다. 이 차관 사건엔 ‘윗선 수사’, 정민씨 사건엔 ‘공개 수사’ 요구가 빗발친다. 국민을 ‘방구석 탐정’으로 만든 건 국가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26일 인사청문회에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과 ‘국민중심 검찰’을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어떤 조직도 바로 설 수 없다”면서다. 신뢰를 얻는 지난(至難)한 길을 그가 찾을 수 있을까. 피의자 인권 보장 훈령 따위의 매뉴얼에 기대려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의 본질에 충실하고 그 소명을 천착해야만 그 길의 출발점에라도 설 수 있다. 사사건건 나서는 방구석 코난의 성토를 고깝게 듣지 않고 감당할 준비를 하는 건 기본이다.
김승현 사회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