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은 조수석, 정의선 운전···수소트럭 둘만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2021.05.31 05:00

수정 2021.06.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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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조수석)가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ㆍ기아기술연구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운전석)이 운전대를 잡은 대형 수소전기트럭에 올라탔다. 이 트럭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으로, 최근 스위스 등 해외로 대량 수출되기 시작했다. 경기도청ㆍ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운전대를 잡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두 사람만 탑승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은 주행장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지난 24일 이 지사가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기술연구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두 사람만의 ‘수소전기트럭 드라이브’는 당초 예정엔 없었다. 수소버스와 자율주행차에만 탑승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소전기트럭이 진동·소음이 없어 스위스에서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설명에 이 지사가 관심을 보이자, 정 회장이 즉석에서 탑승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런 깜짝 일정이 끼어들며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됐던 두 사람의 동행은 오찬을 포함해 3시간으로 늘어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엔 정 회장이 끝까지 동행했고, 이 지사는 탄소중립·디지털 기술 등에 대해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탄소중립·디지털 경제…혁신주도 신성장?

 


이날 이 지사가 가장 관심을 보인 건 현대차가 주력하고 있는 수소차 기술이었다. “수소차를 일컬어 ‘돌아다니는 공기정화 장치’라고 부른다”는 설명에 이 지사는 “공기정화 기능이 수소차이기 때문에 가능한가, 아니면 공기정화 기능을 일반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수소차 배터리와 일반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 어떤 게 더 무거운지 알려달라” 는 질문도 던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4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기술연구소에서 수소 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이날 방문은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주선해 마련됐다. 김병욱 의원실 제공

이 지사는 조립공정에서 근로자의 어깨와 척추를 무동력으로 지탱해주는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강화외골격) 장비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지사는 장비의 작동 원리를 물으며 “이런 건 농사짓는 분들도 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차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에 대해서는 “소방공무원들도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데 이런 걸 그런 현장에 쓸 수 있겠냐”고도 물었다.
 

수소차를 포함한 탄소중립·디지털 혁신은 이 지사가 가다듬고 있는 ‘혁신주도 신성장동력’의 핵심 키워드다. 20일 이 지사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 ‘성장과 공정 포럼’ 창립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하준경(경제학) 한양대 교수는 “전방위적 디지털 전환에서 앞서가고 기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그것이 새로운 산업과 기업, 일자리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기술 선순환 구상…“AI 미래산업으로 길 열어야”

 
이날 이 지사와 정 회장은 마이스터고 등 ‘기술과 교육의 접목’ 방안을 놓고도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전기차·수소차 신기술 개발 과정에선 전통적인 기계공학 외에 전자공학·화학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인재 육성이 중요해졌다”며 교육 제도의 발전·보완 필요성을 얘기했다. 이에 이 지사는 “현대차 같은 기업에서 숙련 기술을 익힌 사람은 대학 졸업생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교육이 기술을 따라잡도록 해 기술과 교육의 선순환을 이뤄내자는 구상은 이 지사 측이 구상하고 있는 ‘선순환 지속성장체제’의 핵심축이다. 진정한 의미의 ‘비지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국가가 되려면, 가진 게 없는 사람도 누구나 기업가 정신과 혁신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8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인공지능(AI)대학원에서 열린 재학생 대상 간담회에 참석해 “빅데이터 가공뿐 아니라 연구역량 강화나 학습 기회 보장 같은 것은 대한민국 산업 경제 대전환에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지원하겠다”며 “(이런 일은) 청년세대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실제 현대차 방문 이후 이 지사는 ‘미래·과학 기술 성장’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는 28일엔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인공지능대학원에서 학생들과 만나 “(청년의) 기회 부족 상황은 결국 저성장으로 (기회의) 총량이 잘 늘어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새로운 산업형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미래산업으로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엔 경기도와 기업이 함께 신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경기도 미래기술학교 추진 업무협약식을 갖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