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 암호화폐·블록체인 미래를 묻다
중앙기구나 중간기구가 필요한 것은 거래상 중요한 신뢰의 문제 때문이었다. 금융의 경우 예금자와 대출자가 중개기관인 금융회사를 믿고 예금·대출을 하면서 경제를 발전시켜오고 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초래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믿고 거래하던 158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금융회사도 믿을 수 없다는 문제가 확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초연결시대 P2P 거래의 활성화와 그 결과 초래되는 탈중앙화 여부도 신뢰가 핵심적인 문제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만드는 대가
“정부 디지털법정화폐 공존할 것”
필요한 법령·규제 도입 서둘러야
초연결 초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블록체인을 제외하고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보·상품·서비스·금융의 거래는 물론 최근에는 신원 확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신뢰의 거래가 확산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폭발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시장 전망, 심지어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찬반 등 가히 백가쟁명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많은 기관투자가가 진입하고 있고, 디파이라고 불리는 탈중앙화 금융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방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1만 개가 넘는 코인이 400여 거래소와 4만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탈(脫)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본래 정신과는 차이가 있지만,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법정화폐(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날로그 화폐 시절 미국의 달러, 유럽의 유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한 것처럼 디지털 화폐 시대에는 새로운 디지털 법정화폐가 초국경 기축통화로 등장할 것이다.
디지털 법정화폐는 민간 암호화폐와 더불어 공존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것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지급결제 기능만 하기 때문에 기능 면에서 법정화폐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한 P2P 거래 필요성이 여전히 지속돼, 공존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비중이 다소 하락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는 고유의 목적이 있어 수요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비트코인보다 더 상승한 점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국은 암호화폐를 화폐는 물론 금융자산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필요한 법령이나 규제도 도입되지 않아서 사기 코인과 사기 거래소가 암약하면서 투자자 보호가 안 되고 시장 불안정이 극심해 지고 있다. 하루빨리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거래소를 정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상장심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철저히 감독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새로운 문명이 도래할 때는 언제나 혼란이 수반된다. 혼란을 빨리 수습하고 새로운 문명 열차에 탑승하는 나라가 언제나 선진국이 되어 왔다는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