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소개할 때마다 존경한다고 표현했습니다. 80년대 부산에서 변호사를 함께 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많이 드러냈습니다. 2012년 방송 프로그램에선 “내 별명 중 노무현의 그림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죠.
『문재인의 운명』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이끌어온 것 같다.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도 마치 정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 인터뷰에서는 “사시 합격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노무현을 좋아했던 이들은 친문이 됐습니다. 여기에 노무현에 대한 지못미의 감정이 투입되면서 검찰개혁, 적폐청산 같은 사명이 생겨났죠. 그래서일까요. 여권의 대선주자들은 너도나도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표를 얻는데 도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노무현 정신은 어디로
그러나 ‘토론의 달인’이라 불렸던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사회를 강조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진보의 미래』란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진보 진영도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수용의 정도를 가지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이죠.
전통적인 진보 지식인들은 문재인 정부를 진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진보의 핵심가치는 열린사회이고, 기본은 리버럴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팬덤은 반자유주의적인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수시로 댓글 테러와 신상 털기가 진행됐죠.
2017년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이재명 후보 간에 문자폭탄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가 큰 논란이 됐죠.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양념’을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극성 친문들의 양념은 이미 많은 갈등과 상처를 내버렸습니다.
훼손된 노무현 정신
미국 정치에선 진보를 ‘리버럴’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자유주의자를 뜻합니다. 한국 최초의 리버럴 정치인은 노무현이었습니다. 리버럴의 핵심 가치는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입니다. 강 전 장관의 말처럼 틀린 말도 참고 듣는 거죠. 그러나 현 집권세력은 옳은 말도 무시하고 입에 재갈을 물립니다.
그래서 진중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재인은 노무현을 배반했다”고 말이죠(2020년 2월 5일 페이스북). 야당 의견은 듣지도 않고 법을 만들며, 국민의 반대 여론도 무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진정 노무현을 계승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영삼의 3당 합당을 비판하던 노무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회의입니까. 다른 의견이 있으면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