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이나 유해물질을 막아내기 위한 마스크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때로 올라간다. 전쟁터에서 적이 피운 불과 연기를 피하기 위해 코와 입을 가렸는데 고대 로마 시대 작가인 플리니 디 엘더의 기록에 따르면 광산의 인부들은 동물의 방광을 활용해 코와 입을 막았다고 한다. 마스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10년의 일이다. 청과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한 사냥꾼이 폐페스트에 걸리면서 번지기 시작했다. 2년간 만주에서 6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의 의사 우롄더(吳連德·1879~1960)는 이 무시무시한 병이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천과 거즈를 사용해 마스크를 만들었다. 이후의 일들은 우리가 아는 대로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마스크는 많은 곳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 1년 반 가까이 세계인의 일상에선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 마스크를 오는 7월이면 벗을 수 있게 된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1차 백신 접종을 맞은 사람은 야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2차 접종까지 다 한 사람들에겐 ‘5인 이상 집합금지’ 예외를 둔다고도 했다. 마스크 없는 삶을 꿈꿔온 우리에겐 기쁜 소식이다.
그런데 찝찝하다. 왜일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이유가 다른 데 있어서다.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데,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당근책’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한 달 전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어 던진 이스라엘은 1차 접종자가 60%를 넘자 마스크 해제를 선언했다. 반면 우리는 불과 7%대의 국민이 1차 접종을 마친 상태로 국민 절반 접종은 7월에도 요원하다. “마스크가 최고의 백신”이라며 코로나 브리핑 때마다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던 방역당국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국민이 진짜로 바라는 건 노(No) 마스크가 아닌 집단면역이지 않나.
김현예 P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