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반도체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낸드플래시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D램(기억장치)에 특화한 업체다. 세계 D램 시장 2위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5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낸드플래시는 23%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낸드플래시 솔루션,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를 투자해 R&D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약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선언했다. 국내 기업의 단일 M&A로는 최대 규모다.
2012년부터 낸드플래시에 관심
업계에선 그간의 행보가 낸드플래시 확장을 위한 발판 다지기였다면,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는 도약 기회를 맞은 것으로 해석한다. 인수가 최종 완료되는 2025년엔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1.2%, 인텔은 9.4%(6위)다. 이 두 업체의 점유율을 합치면 2위인 키옥시아(18.9%)를 앞선다.
SK하이닉스가 눈독 들이는 또 다른 영역은 파운드리다. 반도체 설계업체인 팹리스에서 주문한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시스템 반도체 영역이다. 지난 13일 정부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연 ‘K-반도체 전략 발표 보고대회’에서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영역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하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에 있는 파운드리 장비(M8라인)를 중국 우시공장으로 이전하고 있다. 청주공장에 증설을 위한 여유 공간이 있다는 의미다.
파운드리 업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가 꼽힌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생산업체로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이미지센서 등을 생산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사모펀드운용사인 매그너스PEF를 통해 키파운드리 지분 49.8%를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지분만 확보하면 된다.
“파운드리 생산량 2배” 목표
다만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영역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 M&A나 시설 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전체 매출의 2% 수준에 불과한 파운드리 투자에 대해선 비관론도 있다. 투자한 만큼 결실을 내지 못할 수 있어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 등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달에만 1조1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반도체 산업은 공정이 길고 투자비 규모가 큰 산업인 만큼 투자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며 “메모리 R&D를 비롯한 집중 투자로, 4~5년 후의 먹거리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