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센터는 글로벌 학술정보·특허솔루션 전문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로이터)와 공동으로 ‘글로벌 AI 혁신 경쟁: 현재와 미래’ 리포트를 25일 발간했다. AI의 국가별 기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연구 자료다.
양적으로 중국·미국·일본 이어 4위
영향력은 상위 10국 평균의 절반
“AI 생태계 위해 국가 차원 투자를”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AI 기술은 6317건으로 세계 4위다. 다만 세계 선두권과 격차가 컸다. 중국이 9만1236건으로 가장 많은 AI 특허를 보유했고, 미국(2만4708건)·일본(6754건) 순이었다.
한국의 AI 특허 개수는 중국의 7% 수준이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신세대 인공지능 개발 계획을 발표한 뒤 이 분야에 1500억 달러(약 160조원)를 투자했거나 투자하고 있다. 한국 AI 투자 계획(2조2000억원)의 약 70배에 달한다. 한국은 특허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특허 피인용 수준과 해외출연 여부, 특허 유효기간 등을 기준으로 특허영향력지수(CPI)를 산출했다. 각국의 AI 특허 중 영향력이 상위 10%인 특허의 비율을 가려내, 이를 기준으로 AI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한국 AI 특허의 영향력(8%)은 상위 10개국 평균(14%)보다 낮았다. 김진우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코리아 자문은 “한국 AI 연구는 양적으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제는 기술력 기반의 질적 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목할 국가는 캐나다다. 최근 10년간 전체 AI 특허 건수는 960건이었지만 영향력은 미국에 이어 2위다(27%). 캐나다의 AI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덕분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AI 생태계는 대학→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기업으로 이어진다. 대학은 AI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출연연은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심화한다면, 기업은 기술 상용화를 추구한다.
김원준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센터장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차지하는 10여 개 국가가 전체 AI 발명(14만7000여 건)의 92%를 독점하고 있다”며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AI 생태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AI 인력의 확충과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