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득 ‘0.7% 감소’가 ‘0.4% 증가’로…기준 바꿨더니 마법

중앙일보

입력 2021.05.25 00:04

수정 2021.05.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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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

통계청은 지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전년 대비)을 보면 전혀 다른 두 가지 수치가 공존한다. 0.4% 증가 또는 0.7% 감소다. 올해 새롭게 1인 가구를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결과는 0.4% 증가였다. 반면 기존 방식으로 조사한 참고 자료는 0.7% 감소였다. 통계청이 조사 기준을 변경했더니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바뀐 결과가 나왔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지난 1분기부터 1인 가구를 포함한 기준으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내기로 했다.
 
애초에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조사 항목을 2017년 이후 폐지하기로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소득정보 노출을 꺼리는 고소득자의 참여가 저조했고 ▶다른 조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그런데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다. 통계청은 조사 대상 표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득 조사를 유지했다.

통계청 올해 새로 1인 가구 포함
1분기 가계소득 지표 반전 만들어
야당 “통계 개편, 대국민 기만행위”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2018년 1분기 조사에선 소득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소득의 분배를 나타내는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정부와 여당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였다. 이후 여당에선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통계청은 다시 조사 대상 표본과 조사 방식을 바꿨다.
 

달라진 가계동향조사 기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교롭게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뒤 각종 소득·분배 지표는 나아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지난해 30%를 넘었다. (조사 방식 개편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분배 개선은 포용정책 강화의 토대 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이 더해진 데에 기인한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통계의 연속적인 비교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통계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당에선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자 통계 기준을 개편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과 정부가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갖고 입맛에 맞게 소득 및 분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청이 1·2차 가계동향조사 개편에 160억원을 투입했지만 통계의 질은 더 나빠졌다”며 “바뀐 통계를 이전과 정확히 비교하지 못하게 한 것은 대국민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