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법사위원장 못준다, 대신 외통·정무위는 줄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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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며 곧 공석이 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정무위원장직에 대해선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종택 기자

“제가 법사위원장직을 계속 맡고 싶어서 맡은 게 아닙니다. 야당이 후임 선출을 반대해서 불가피하게 못 내려놓은 거죠.”

 
174석 거여(巨與)의 원내사령탑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위는 독특하다. 자신이 협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협상의 최대 쟁점이다. 취임 후 만 1개월 7일이 지난 23일까지 국회 법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16대 국회부터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왔으나 지난해 민주당이 이 관례를 깨면서 지금까지 야당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윤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공석이 되는 외교통일위원장·정무위원장 두 자리라도 먼저 달라고 (야당이) 요청하면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상화라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야당에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
“임대차법으로 시장 훨씬 더 안정
지지율 하락 멈췄고 회복 국면
공정문제, 국민 눈높이 못 미쳤다”

윤 원내대표와는 20일 대면 인터뷰에 이어, 23일 전화로 보충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20일 법사위 회의 진행을 박주민 간사에 맡겼다. 야당은 ‘무단결석’이라고 비판했는데?
“지금까지 상임위원장은 잠깐 손님이 와서 면담을 한다든가 화장실을 갈 때조차 사회권을 간사에게 넘겨줬다. 통상적인 일이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직 문제에 연동시키기 위해 물고 늘어진 것뿐이다.”
 
원내대표·법사위원장직 겸임은 이례적이다.
“제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아니다. 후임 법사위원장 선출을 야당이 반대해서 못했다. 그분들이 상황을 만들어놓고, 책임은 저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야당은 법사위원장직만 돌려주면 협조하겠다고 한다.
“이건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
 
다른 상임위원장직은 양보할 순 없나?
“다른 상임위도 현재 선출된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다만 현재 송영길 당 대표와 윤관석 사무총장이 외교통일위원장·정무위원장직에서 사퇴할 예정인데, 그런 두 군데라도 먼저 달라고 (야당이) 요청하면 드릴 수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특위를 구성해 논의 중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윤 원내대표는 지난달 당내 경선에서 “저부터 변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나 도덕성, 공정에 관한 문제에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걸 4·7 재·보선 패배 원인으로 꼽으며 “당의 변화와 혁신은 지금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여전히 냉담했다. 22일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민주당 변화에 대해 응답자 65.8%는 “선거 이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이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들은 아직 민주당의 변화가 부족하다고 본다.
“그럴 수 있다. 당의 변화를 하루아침에 느끼긴 쉽지 않다. 다만 당 지지율 하락은 멈췄고, 미세하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가 있다.
 
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세제·금융 관련한 완화 조치를 했는데, 이 부분을 조기에 틀어막지 못했다. 2017년 취임 직후부터 LTV·DTI를 조여 시장을 안정시켰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생긴 문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걸 이해하고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젊은 층 표심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무주택자는 집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현실에 불만이 있다.
“실수요자가 주택 매입이 어려운 부분을 조정하자는 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만 불안감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돈 모아서 해외여행·취미생활을 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인생의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집으로 돈 버는 행렬에 합류할 수 있느냐가 행복의 기준이 됐다.”
 
‘임대차 3법’ 강행 처리로 부동산 임대 시장이 불안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보면 주택임대차 3법 처리로 임대시장이 훨씬 더 안정화됐다. 계약 갱신율이 50%대에서 70%대로 올라왔다. 한 16%포인트 정도 올랐다. 나름대로 임대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는데, (계약 갱신이 안 되는) 20% 중에 전·월세가 급격히 상승한 사례들이 집중적으로 보도된 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1년 임기 최대 과제로 ‘정권 재창출’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3박 5일 방미 성과에 대해선 “한미동맹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정상회담이었다”며 “당에서도 방역·산업·대북 정책의 성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밀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1988년 평화민주당 기획조정실 간사로 정계에 입문한 윤 원내대표는 10년 넘게 당직자 생활을 거쳐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4선 의원을 지냈다. 야당 시절엔 “다른 당 의원과도 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법사위원장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과 임대차 3법 강행처리를 주도한 탓에 ‘강성 친문’이란 이미지가 강해졌다. 


‘강경파’ 이미지가 강해졌다.
“제가 좀 원칙주의자라 그렇게 비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라 자부한다.”
 
당 지도부 일원으로 경선 연기 여부 등 경선 규칙은 어떻게 정할 계획인가?
대선 기획단에서 논의해야 한다. 후보들이나 의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그걸 지도부에서 바로 논의하기보단 전략적인 고려를 하는 기구에서 정리해 지도부가 결정할 수 있게 안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6월 들어가서는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
 
1년 임기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당은 정권 재창출 통해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백신을 통해 집단 면역으로 빨리 가는 부분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현석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