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다시 보이네 - 서울로7017
‘서울도보해설관광’ 무료 운영
최대 3명…한 명만 있어도 출발
반세기 된 한국 최초 주상복합
2000년 세월 백제 토성의 흔적
나홀로나무와 만나는 시간여행
출발점은 옛 서울역 고가, 그러니까 ‘서울로7017’이다. 1970년대 건설한 고가도로를 2017년 공원으로 재단장해 서울로7017이다. 화분 600여 개가 놓여 있어 제법 거닐 맛이 난다.
르네상스식 외관이 인상적인 서울역 옛 역사는 1925년 세워졌다. ‘경성역’으로 불리다 광복 이후 ‘서울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혜경(69) 문화관광해설사는 “도쿄역을 베낀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1896년 준공한 스위스 루체른역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건물”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감성의 맛집이 밀집한 만리재에서 우측 샛길로 들면 손기정기념관(옛 양정고등보통학교)과 약현성당을 연이어 만난다. 약현성당은 1892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성당이다. 명동성당보다 6년이 빠르다. 근방에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인 성요셉아파트(1971)도 있다. 아파트 앞에 방치돼 있던 무허가 판자 건물이 최근 매끈한 분위기의 책방과 음반가게로 거듭났다. 낡은 가게와 새 가게가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댄 풍경이 이채롭다.
한 가지 더. 서울로7017 다리 밑 ‘여행자 터미널’도 시간 내 들러볼 만하다. 원하는 코스 길이, 관심 분야 등을 체크하면 맞춤형 여행 자료를 건네준다. 안전 여행을 위한 무료 선물(마스크, 항균 파우치, 손 소독제)도 있다.
옛 한양 굽어보기 - 낙산성곽
긴 세월 성곽은 헐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했다. 처음 축조할 때는 흙으로 다진 토성도 있었다. 모든 성곽이 돌로 바뀐 건 세종 때 이르러서다. 손은희(63) 문화관광해설사는 “돌의 형태와 빛깔만 보고도 축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간혹 이름과 지역을 줄줄이 새긴 돌도 보인다. 당시 성곽을 쌓은 책임자의 인적 사항을 새긴 ‘각자성석(刻字城石)’이다.
멀리 보는 재미도 있다. 한양도성박물관 뒤편 언덕길에선 흥인지문과 성곽, DDP와 여러 쇼핑타운이 한 프레임에서 들어온다. 낙산 정상에선 내사산이 품은 옛 서울의 모습이 그려질 듯하다.
왕성에서 쉼터로 - 몽촌토성
원래는 공사판이 될 땅이었다. 1980년대 올림픽공원을 조성할 때 몽촌토성 아래에서 백제 토기가 대거 출토됐고, 불과 700m 떨어진 풍납동에서도 1997년 아파트 공사 중 백제 건물터와 토기와 쏟아져 나왔다. 땅을 뒤엎는 개발 광풍이 되레 유산을 되찾게 한 셈. 역사의 아이러니다.
백제 왕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은 이제 그 형세가 몰라볼 정도로 초라하다. 주택가 사이에 야트막한 토성의 흔적이 봉긋 올라와 있을 따름이다. 오랜 세월 속에 헐리고 끊겨 2.1㎞만 남았다. 김상진(76) 문화관광해설사는 “더 많은 이가 드나들고 기억해야 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몽촌토성은 성내천이 휘감은 구릉 위에 있다. 걸출한 입지 덕분에 지금은 시민의 쉼터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높이 50m쯤 되는 언덕이 완만한 파도를 이룬다. 언덕을 오르면 몽촌호수와 평화의광장, 롯데월드타워가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언덕의 안쪽은 푸른 평원이다. 그곳에 인증샷 명소로 통하는 ‘나홀로나무’가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에는 이 일대에서 발굴한 백제 유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실물 크기로 재현한 풍납토성도 볼 수 있다.
글·사진=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