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조우한 시간은 불과 10초도 안됐다. 곰이 나를 공격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나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고, 앞으로는 과거와 다른 삶을 살거다."
미국 알래스카의 한 숲속에서 커다란 불곰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받았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남성의 말이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abc뉴스 등은 전날 오전 알래스카주 남동부 걸카나 숲속에서 홀로 불곰을 만났던 앨런 미니시(61)의 생존기를 전했다.
그는 숲속에서 토지측량을 하던 중이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를 활용해 좌표를 입력한 후 고개를 들었는데, 눈에 들어온 것은 9m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불곰이었다.
불곰에 10초간 당한 美남성 생존기
곰을 밀쳐내던 미니시는 이빨에 물려 손에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곰은 미니시를 내동댕이치고 머리를 움켜잡았으며, 오른뺨을 할퀴고 두 차례 깨물었다. 미니시는 곰에게 두번째 물렸을 때 얼굴 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미니시는 곰이 잠시 공격을 멈춘 사이 몸을 돌려 얼굴을 땅에 박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다행히 곰은 추가공격을 하지 않고 길을 떠났다. 미니시는 "곰이 더는 나를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피가 철철 흐르는 머리에 조끼와 티셔츠를 벗어 감고 911구급대(한국의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오기까지 59분 동안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현기증이 나기도 했지만, 혹시나 곰이 다시 돌아와 공격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고 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미니시가 바닥에 흘린 피를 보고 "살아남은 게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헬기로 병원에 이송된 그는 턱뼈가 부서지고, 왼쪽 눈을 다쳤으며, 머리 곳곳에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상처 봉합수술에만 4시간 반이 걸렸다고 한다.
미니시는 "알래스카주에 40년 동안 살면서 곰과 여러 번 만났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며 "한가지 교훈을 배운 게 있었다면 다른 사람과 같이 있어야 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편 알래스카주 경찰은 미니시를 공격한 불곰 추적에 나섰지만 아직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