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독' 틈탄 로맨스 사기범 크게 늘어
40대 日 여성에 SNS 일상 교류, 돈 받고 사라져
지난해 피해 사례 예년에 비해 2~3배 증가
소셜미디어 이용, 가상화폐 투자 권유 많아
"상대방이 돈 얘기 하는 순간 경계해야"
신문에 소개된 40대 여성의 사례는 최근 발생하는 로맨스 사기의 전형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여성은 유명한 인터넷 만남 사이트를 통해 '찰리'라는 남자를 알게 됐다. '홍콩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와 메신저 앱인 라인 ID를 교환하고 일상을 나누기 시작했다.
모델 같은 외모에 다정한 성격의 그에게 금세 빠져들었고, 특히 홍콩 민주화 운동 등 국제 이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뢰가 커졌다. 상대는 자신이 의료기기업체의 임원이라고 소개했고 취미는 가상화폐 투자라고 했다. 대화를 나눈 지 일주일에 지나자 여성에게도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었다. 앱으로 '찰리'의 위치정보를 검색하면 반경 20㎞ 이내에 있는 걸로 나왔다. 남자는 "일본인을 만나고 싶어 유료회원용 기능을 이용해 위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남자의 프로필 사진을 추적하니 영국인 모델이 떴다. 해명을 요구하자 남자는 "50일 후 일본에 가니 그때 얘기하자"고만 했고, 이미 그가 좋아져 만남을 기대하게 됐다. 술김에 그가 가르쳐준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에 200만엔(약 2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연락이 끊어졌다.
여성은 자신이 그렇게 쉽게 속은 건 "외로워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직장에선 중요한 일을 맡아 늘 바빴고 휴가엔 해외로 여행을 떠나던 일상이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다. "매일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외로움을 채워줄 상대가 필요했다"고 여성은 말했다.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여성은 인터넷에 공개된 암호자산 거래 기록을 파악해 자신의 돈이 유령 거래소 사이트를 거쳐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가상화폐 교환소까지 흘러갔음을 파악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경찰에 수사 요청서를 보냈지만 "일본 경찰에 신고하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전문가들은 "사기 그룹이 해외에 있을 경우, 피해자가 돈을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약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이와 비슷한 금융 사기가 증가하는 추세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에도 지난해 은행 송금에 의한 사기 피해가 한해 전보다 20% 증가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사이트에는 로맨스 사기로 200만 달러(약 22억 원)를 사기당한 여성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 국민생활센터 담당자는 아사히에 "방심하면 누구나 속을 수 있다"면서 "만난 적 없는 사람이 돈과 관련한 부탁을 하는 순간, 그 시점에서 경계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