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공수처(공직자범죄수사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관련 의혹을 택하자 기관 탄생의 산파였던 여당에선 비난과 우려가 쏟아졌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이재명 경기지사) “국민 기대에 어긋난다”(이낙연 의원) “귀를 의심할만한 말”(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두둔과 응원은 오히려 “사생결단”(황교안 전 대표) 저지에 나섰던 제1야당에서 나왔다.
두 집단의 어색한 감정선 중 그나마 와닿는 하나를 고르라면 ‘우려’다. 문제는 뭐가 걱정이냐다. 여권의 불안은 공수처가 “칼날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죄, 뭉개기 한 죄를 행해야 한다”(추 전 장관)는 기대를 저버린 데다 진보교육감이라는 진영의 상징을 침해할 거라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박근혜 정부 말기(2016년) 4553건이던 관련 고소·고발은 적폐청산 붐을 타고 2019년 1만6768건으로 폭증했지만, 구성요건 입증이 어려워 고소·고발 대비 기소율은 2019년 0.13%에 그쳤다. 윤석열 사단이 수사·기소했던 사건에서도 무죄 판결이 속출했다. 2018년 조 교육감이 담당 결재라인을 건너뛰고 비서실장을 시켜 해직교사 5명을 특채했다는 단순한 얼개의 혐의도 유죄 판결로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누군가의 죽음을 부르는 악질적인 직권남용도 있지만 돈 문제가 아닌 탓에 표적 수사 논란이 자주 뒤따른다. 수사 범위 확장은 자칫 공무원 사회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도 윤석열표 블랙리스트 수사로 확인됐다.
더 안타까운 건 ‘검사 잡는 공수처’라는 영화의 한 장면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직 빈자리가 넘치는 공수처의 조직도엔 범죄 첩보를 스스로 입수하는 기능이 없어 늘 고소·고발의 옥석을 가리거나 검·경의 사건을 넘겨받기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게다가 공수처 검사 자리는 수사 초보들로 채워지고 있다. ‘검사 뇌물수수’ 같은 고난도 수사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란 얘기다. 여권마저 기대를 버린 듯한 상황에서 공수처가 뿌리를 내려갈 수 있을까. 공수처는 긴 망설임 끝에 이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