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선 1억2300만명 가까운 미국인들이 접종을 완료했고, 성인의 60% 가량이 최소 한 차례 접종했다”며 “그간 미국 우선 접종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국내 접종이 늘고 백신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 정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우리가 확보한 백신은 인구의 2배 정도가 맞을 수 있는 1억9200만회분으로 늘었지만 내달까지는 1832만회가 들어올 예정이고 상당수 물량은 3, 4분기에 도입된다. 확보 물량은 충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사실상 하반기에 도입이 쏠려 있어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당겨 들여올 수 있다면 수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방역당국은 17일 “미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에 백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물량이 국내로 들어올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선진국의 백신 기부에 대해 얘기한 뒤에 나온 것”이라며 “2000만회 물량은 도의적으로 환자 발생이 많고 백신이 부족한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가 위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일부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적은 물량일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 당시 화이자 백신 추가 확보했던 것처럼 유사한 딜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6월 말까지 1300만명에 1차 접종을 완료한다는 전제 하에 환자 규모가 이 정도 수준으로 7월 중순까지만 버텨주면 이후 환자가 상당히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며 "어려운 나라에 과감히 양보해 주는 포용성을 보이고 대신 선구매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제때 들어오게끔 미 정부가 애 써주는 식으로 협의하면 서로 윈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확보 물량만 강조하지 말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과할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며 “3월에 맞은 고령층 등의 면역이 얼마나 오래갈지 몰라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고 변이 변수에도 대응해야 한다. 16세 이하 소아·청소년 접종도 남아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