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지하철 요금 30페소(50원) 인상 방침에서 촉발된 칠레의 정치적 변화가 ‘피노체트 헌법’ 등 기성 정치 지형의 격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헌의회 선거서 우파 집권여당 패배, 무소속 약진
최장 12개월 논의 거쳐 내년 중순 국민투표 예정
세계 최초 성비균형제 도입, 원주민 17석 포함
'남미의 스위스' 칠레 급진적 변화 우려도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을 포함한 좌파 연합과 민주당 등이 속한 중도 좌파 연합도 각각 28석과 25석을 차지했다. 반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소속된 우파 여당 연합은 37석(23.9%)을 얻어 전체 의석의 3분의 1도 지키지 못했다.
이에 에랄도 무뇨스 칠레 민주당 대표는 “변화의 승리이자 더 품위 있고, 더 공정하고, 더 번영한 칠레로 탈바꿈하려는 국민 열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칠레 여당이 예상보다 큰 패배에 충격을 받았다”며 “새 조항 제정 반대에 필요한 3분의 1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하며 정부는 급진적인 변화를 막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개헌은 지난 2019년 ‘50원 시위’라고 불린 지하철 요금 인상 방침이 도화선이었다. 전기요금을 10% 인상한 지 몇 주 만에 수도 산티아고 당국이 유가 인상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 인상 방침을 발표하자 교육·노동‧의료·연금 등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일순간에 터져 나왔다.
칠레는 지난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 당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 총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오랜 군부독재(1973~1990년) 기간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업 우선 기조를 이어왔다.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에 달하는 라틴아메리카 3위의 부국이 됐지만 빠르게 벌어진 빈부격차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피녜라 대통령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국민투표 결과 78%의 국민이 개헌에 찬성했고, 79%가 기존 의원을 배제한 새로운 제헌의회 구성을 요구했다.
칠레의 제헌의회는 세계 최초로 성비 균형제를 도입해 남성 78명, 여성 77명으로 구성된다. 그간 소외된 마푸체, 아이마라, 케추아 등 원주민들도 인구 비례에 따라 17명의 제헌의원을 자체 선출한다.
다만, 그간 칠레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안정적 국가라고 평가받아왔던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칠레 내부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칠레 증시 IPSA 지수는 전날 대비 9.33% 하락했고, 페소화 가치도 달러 대비 2% 이상 떨어졌다.
제헌의회는 앞으로 9개월(3개월 연장 가능)의 토론을 거쳐 헌법 초안을 완성하고 내년 중순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국제뉴스
알고 싶은 국제뉴스가 있으신가요?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 참여 : jglobal@joongang.co.kr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 참여 : jglob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