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테크가 미래다 ② 배터리
전문가는 “한국 배터리의 체질이 드러났다”며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본격화는 상황에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가 기술 변화에 맞춰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이끌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터리정책, 1990년대 수준
희토류 등 확보에 앞장서야
정부가 전극재 소재인 희토류 등의 확보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한계에 다다를 때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기초 기술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원료·소재가 없으면 모든 게 불가능한 만큼 ‘터미네이터’(결정적 자원)가 될 희토류 등을 정부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 리튬·니켈 같은 광물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구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한때 정부가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뛰기도 했지만 그 실패가 각인된 때문인지 이후 정부에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배터리 업계, 또 배터리 업계와 자동차 업계 간 ‘각자도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2000년 초반 ‘G7 프로젝트’처럼 정부가 나서서 주요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배터리 로드맵을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3사, 소재 기업, 학계가 각자도생으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연구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단기간에 성과를 낸 건 정부를 비롯한 업계가 머리를 맞댄 결과이고, 또 그에 따른 적절한 인센티브를 지급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학계나 업계는 또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한 인력 양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도 결국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철완 교수는 “한때는 배터리 회사에서 사업을 정리한다고 ‘명퇴’를 받아 중국으로 인력 유출이 빠져나가더니 최근엔 유사 전공 학부 졸업생도 입도선매하듯 데려간다”며 “국가 기간산업이라면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상 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현재 기술은 기업이 잘하고 있지만 차세대 분야는 산학 협력이 중요한데 (대학의) 연구가 논문 위주이다 보니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