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소장 이강운)에 따르면 최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한 ‘글로벌 생물 종 보존 이주 전망 2021’에 한국의 붉은점모시나비 복원 사업이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등재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지정 나비
생활사 파악, 증식·복원으로 연결
2011~2015년 삼척에 120쌍 방사
국제자연보전연맹 책자에 등재
'매우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아
한반도 곳곳에 서식하던 붉은점모시나비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삼척과 경북 의성에서만 발견되고 있어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했다.
모시나비 속 나비들은 세계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고, 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Red List)에도 ‘취약군’으로 분류돼 있다.
한겨울에 먹이 찾는 애벌레
국제기구인 IUCN이 2~3년마다 발간하는 '글로벌 생물 종 보존 이동 전망'은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는 생물 종 보존과 복원·이식 사례를 논문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자다.
올해 발간한 책자에는 한국 붉은점모시나비와 영국 남부의 초원 귀뚜라미 복원 사례 등 무척추동물 4건, 유류 19건, 식물 22건 등 69개 사례가 소개됐다.
책자에서는 복원 사례별로 '매우 성공적', '성공적', '일부 성공', '실패' 등 네 단계로 평가하는데, 붉은점모시나비는 무척추동물 4개 사례 중 유일하게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됐다.
전체 69개 사례 중에서 '매우 성공적' 사례는 16건이었다.
국내 붉은점모시나비 복원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비의 독특한 생활사(Life cycle)와 생리·생태학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덕분이었다.
이 소장은 "2011년 12월 영하 26도 혹한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나뭇잎으로 덮어줬는데, 며칠 뒤 더 많은 애벌레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12월에 부화한 애벌레는 겨울을 거쳐 초봄까지 자라고,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된다.
5~6월 나비가 낳은 알 속에서 애벌레가 된 상태로 여름철 휴면 기간을 거친다는 것도 나중에 밝혀냈다.
개체수 최대 60배로 늘어나
몸속에 항(抗) 동결물질인 글리세롤·만니톨과 함께 글루탐산 유사물질의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연구소는 파악했다.
이 소장은 삼척 지역에서 복원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표식-방사-재포획( (Mark-Release-Recapture) 방법을 활용했다.
날개에 숫자를 표시해 놓아준 뒤 다시 포획해 분포 상태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연구소는 2016년 5~6월 10차례 모니터링에서 중복을 포함해 421마리(암컷: 188마리, 수컷: 233마리)를 채집했다.
이를 통해 현장에는 최대 1844마리가 서식한다는 점, 나비의 평균 생존 일은 3.59일이고 최대 생존 일은 11일이라는 점, 5.6㎞까지도 이동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32마리까지 줄었던 것이 대폭 늘어나면서 복원에 성공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연구소는 '운영난'
또, 물장군·물방개 등 수서곤충과 금개구리 증식도 계속하고 있다.
이 소장은 "붉은점모시나비의 복원에는 성공했지만, 최근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는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연구소 부지에는 곤충박물관과 애벌레실험실, 수장연구동이 있고, 생태교육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곤충 증식·복원에 많은 일손이 필요한데, 연구자들도 하나둘 떠나면서 힘든 상황이다.
이 소장은 일간지 기자로 일하던 당시 문화기획·자연탐사 분야를 맡아서 취재하다 곤충 등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이곳 횡성 갑천면에 1997년 연구소를 열었다.
이 소장은 "24년이 지나면서 연구소 규모는 커졌는데 코로나19로 운영난이 겹치니 개인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횡성=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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