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녹음이 짙어지는 5월, 흰색 꽃이 많이 피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2021.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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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봄이나 가을이란 대답이 나옵니다. 특히, 온 세상이 푸르러지고 온갖 꽃들이 피는 5월을 좋아하는 이들이 참 많아요.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 등을 포함해서 많은 기념일과 지역 축제들이 몰려 있기도 하고, 여름에 들어섬을 알리는 입하(立夏)라는 절기도 5월에 있습니다. 
입하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 이팝나무라고 하는 나무의 꽃입니다. 입하에 핀다고 해서 입하나무에서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해요. 길거리에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기도 하죠. 요즘 흰색 꽃을 뽐내고 있는데요. 멀리서 보면 마치 밥알들이 가득 올라와 있는 것 같아요. 그 모습이 마치 쌀밥 같아서 이팝나무라고 부른다고도 합니다. 
이팝나무의 이름이 입하라는 절기에서 왔다는 이야기와 쌀밥을 닮아서 그렇다는 이야기 중에 후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조팝나무’가 있기 때문이에요. 조밥을 닮았다는 조팝나무가 있는 걸 보면 이팝나무도 이밥에서 온 게 아닐까 싶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여기까지 읽은 소중 독자라면 쌀밥을 이밥 혹은 이팝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할 거예요. 왜 쌀밥을 이밥이라고 부르게 됐을까요? 조선왕조가 이씨 가문에서 이어진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배고픈 시절에 이씨 성을 가진 양반이나 왕족들만 쌀밥을 먹어서 이씨들이 먹는 밥이라며 이밥이 되었다고도 하고,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를 개국하고 민심을 얻기 위해서 토지 분배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여 이씨 덕분에 먹게 된 밥이라고 해서 이밥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이밥은 입쌀로 지은 밥을 말하는데, 입쌀은 멥쌀(벼의 하나인 메벼에서 얻은 쌀)을 보리쌀 따위의 잡곡이나 찹쌀에 상대해서 부르는 말이에요. 
 
이밥이라고도 하지만 이팝이라고도 부르는 것에 대한 의견도 있어요. 닭 앞에 ‘수’나 ‘암’이 올 때 수탉·암탉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를 적용한 거죠. 앞에 ‘이’ 자에서 ‘ㅎ’ 음가를 갖고 있어서 밥에 연음되어 ‘팝’이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자 이李가 뒷글자에 ㅎ 음가를 남길 것 같지는 않고 이밥의 ‘이’는 순우리말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럼 무엇을 ‘이’라고 부를까요? 요즘에도 쌀 방아를 찧다 보면 나오는 ‘늬’라는 게 있어요. 늬도 쌀과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그것처럼 과거에 쌀을 일컫는 말 중에 ‘이’라는 발음과 비슷한 단어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14 이팝나무 꽃

이팝나무 말고도 쥐똥나무·찔레꽃·산딸기·때죽나무·국수나무·팥배나무·노린재나무·일본목련 등 여러 나무들이 모두 이 시기에 꽃이 피는데요. 모두 흰색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초봄에 노란색·분홍색 꽃이 많이 피는데 날이 더워지면서 점점 흰색 꽃이 많이 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녹음이 짙어지는 숲속에서는 이파리들이 겹쳐져 있기 때문에 어둡게 보이죠. 이럴 땐 색깔이 화려하다고 눈에 잘 띄는 것이 아니라. 밝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흰색이 유리하지요. 또한 식물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색소 중에서도 쉬운 편에 속합니다. 식물이 만들어내기 제일 쉬운 꽃의 색은 아마도 녹색일 겁니다. 광합성을 하는 잎들이 다 녹색이잖아요. 하지만 바람을 이용해서 꽃가루받이를 하는 일부 꽃들을 제외하고는 곤충을 부르는 꽃들은 이파리들과 구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녹색은 피합니다.  
 
녹색 이외에 만들기 쉬운 색은 무엇일까요? 아예 색을 만들지 않는 것은 어떨까요? 색을 만든다는 것은 어쨌든 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화합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입니다. 일부러 색을 만들기보다는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는 것을 선택한 결과로 보입니다. 바로 꿀을 만들거나 향을 강하게 하는 쪽에 아껴둔 에너지를 쓰겠지요. 밝은색인 데다가 향까지 좋으면 곤충들이 더욱더 많이 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식물이 만든 꽃 색깔 중에는 흰색의 비중이 제일 높다고 합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고들 하죠.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모습을 유지하는 자연을 보면서 흔들리지 않고 더욱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잘 선택하고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