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이 농담은 특별하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대화는 2020년 구글이 개발한 미나(Meena) 인공지능이 사람과 나눈 것이다. 구글 연구진들은 과거에 인간이 했던 농담을 그저 따라 한 것은 아닌가 하여 학습 데이터를 샅샅이 검토하였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새로운 농담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확인하였다. 이 대화는 인공지능 분야 학술 논문에 실렸다.
AI 챗봇이 ‘아재개그’ 하고
연애 고민도 들어주는 시대
가상공간 메타버스 속 AI가
인간과 교감하는 미래 올 것
이용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인공지능 챗봇의 장점은 바로바로 답해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거나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성소수자 10대를 위한 상담 챗봇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자살 예방이 주된 목적이다.
인공지능 개척시대 5/17
인공지능은 메타버스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현실에서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이미 게임에서는 이용자들이 인공지능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소통하고 있다.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과 능력을 갖추고 이용자와 함께 생활할 것이다. 얼마나 흥미로운 인공지능이 많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메타버스의 인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구글의 ‘미나’처럼 새로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샤오아이스’처럼 고민 상담을 해 줄 수도 있다. 새로운 정보를 알려 줄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이 교류하는 상대방이 실제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모를 수도 있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는 대화 상대방이 현실 속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날이 올 것이다.
지난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루다’ 사건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 우리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관행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인해 대화형 인공지능 개발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대화 데이터 사용을 전부 금지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대화가 개인정보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