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5395t, 달걀 4000만개 할인…정부가 풀면 물가 잡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5.16 16:30

수정 2021.05.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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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먹거리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수입 물량을 시중에 공급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조기를 사는 시민. 뉴스1

집에서 해 먹어도, 나가서 사 먹어도 비싸다. 최근 밥상 물가 이야기다. 특히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①정부, “공급 늘린다”

정부는 먹거리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물가 대응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1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명태ㆍ고등어ㆍ오징어ㆍ갈치ㆍ참조기ㆍ마른멸치 등 정부 비축 수산물 6종 5395t을 시장에 공급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정부가 푸는 수산물 물량은 전통시장ㆍ대형마트ㆍ홈쇼핑에서 바로 살 수 있고, 남는 물량은 도매시장 등을 통해 유통할 예정이다.
 
가격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농축산물도 공급을 더 늘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값이 치솟자 정부는 올해만 1억개가 넘는 달걀을 수입했다. 이번 달에는 4000만개 이상을 더 들여와 부족한 국내 공급량을 채울 예정이다.
 

②“가격도 낮춘다”

세계식량가격지수 11개월 연속 상승.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급량을 늘리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식재료 가격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식음료 제품 주원료인 옥수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부셸(곡물 등의 무게 단위ㆍ약 25.4㎏)당 6.85달러로, 1년 전보다 114% 올랐다. 이밖에 대두ㆍ밀ㆍ귀리 등 주요 곡물값도 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전월 대비 1.7% 올라 1년 가까이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국제 식량 가격은 앞으로의 국내 식품 생산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는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6.5% 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소비자가 먹거리를 구매하는 ‘가격’도 직접 낮추고 있다. 해수부는 이번에 공급하는 비축 수산물을 시중 가격보다 약 10~30% 낮은 단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해당 품목이 정부의 권장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달걀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적용해 20% 할인 판매한다. 정부 관계자는 “달걀 한판의 경우 4대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6000원대 수준”이라며 “쿠폰을 적용하면 실제 소비자 체감가격은 약 5000원대 중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③외식 물가까지 심상찮아

정부가 직접 손을 대기 어려운 외식 물가도 고공비행이다. 외식 분야는 농축수산물 등 식자재 공급가격이 오르면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할 수 있고, 경제 전반적인 회복 흐름에 따라 소비자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식자재 가격이 외식이나 가공식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면 애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4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1.9%로 2019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외식 물가는 2~3% 수준으로 올라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11월(0.9%) 이후 12월(1.0%), 올해 1월(1.1%)ㆍ2월(1.3%)ㆍ3월(1.5%)ㆍ4월(1.9%)까지 상승 속도를 높이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햄버거(6.1%)ㆍ생선회(외식·6%)·김밥(4.4%) 등이 전년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먹거리 수급을 직접 관리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애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는 “기업이나 식당이 식자재 가격 이상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거나, 달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독과점 사업자가 물량을 매점매석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어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며 “산지와 소비자 간의 원활한 유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 타격이 더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서민의 가계 지출에서 식품에 대한 지출 비중도 커지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소득 하위 가계에 식품 관련 소비쿠폰 등을 지원하는 식으로 밥상 물가 상승에 따른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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