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대법관 임명으로 대법원 재판부는 14명 전원 ‘비(非)검찰 출신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천 대법관의 전임이었던 박상옥 전 대법관은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낸 검찰 출신 대법관이었다. 검찰 출신 대법관 임명은 오랜 관행이었다. 1949년 이후 대법원 재판부에 검찰 출신 인사가 없었던 때는 2012~2015년밖에 없는데, 대법관으로 제청된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이 검증 도중 낙마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법원 재판부뿐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이미 검사 출신 재판관이 한 명도 없다. 박한철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검찰 출신으론 처음으로 2013~2017년 헌재소장을 지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기관인데도 ‘넘버 1, 2’ 처장과 차장 모두 판사 출신이다.
"文의 검찰 불신, 대법원 구성에 영향"
검찰 출신이 빠진 대법원 재판부 구성이 현 정부에게 부담스러운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장 교수는 “문 대통령의 검찰 불신이 대법원이나 헌재 재판부 구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 개혁’을 추진하며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과거엔 검찰 출신 인사가 법무부 장관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4명은 모두 학자·판사 출신이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격화되던 지난해 11월엔 검찰을 겨냥한 듯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뽑는다고 다양성 충족되지 않아"
황 교수는 “과거 형사법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던 때에는 검찰 출신 인사를 뽑는 게 명분이 있었지만, 공법 등도 중요해진 현재는 그 명분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엔 법조인 구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꼭 검사 출신을 뽑아야 다양성이 충족된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낮다”며 “오히려 법조인이 아닌 인사를 일부 뽑아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판결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