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코치로 돌아왔다, 대선 '2부리그' 판 키우는 우상호

중앙일보

입력 2021.05.15 05:00

수정 2021.05.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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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영길 대표와의 연세대 81학번 동기다. 86그룹 수장격으로 송 대표와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이에 대선을 앞두고 우 의원의 역할론이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뉴스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선수’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코치’로 돌아왔다.
 
4선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얘기다. 우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선한 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본선에서 도왔다. 하지만 패배 이후 한 달여 간 공개 행보를 삼갔다.

[여의도 Who&Why]

알려진 우 의원 행보는 선영이 있는 경기 포천을 배우자와 함께 찾거나 경선에 도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정도였다. 우 의원 측근 인사는 “포천 선영 옆 텃밭에서 씨를 뿌리며 ‘농부의 마음’으로 정치적 앞길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우 의원의 발걸음이 5월부터는 빨라졌다. 표면적으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지난 4일)에 참여하면서 활동을 재개한 것이지만 사실은 본격화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에 때를 맞춘 것이다. 

지난 8일엔 민주당 대선주자 중 첫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 의원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수를 보냈다. 3일 뒤 이광재 의원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강원전략발표 간담회에선 “이 의원만큼 어젠다를 수립하고 대안 제시에 능수능란한 사람을 못 봤다”며 추켜세웠다.


“신진 대선주자 뛰어든 2부리그 필요”

우 의원이 상대적으로 약체로 보이는 대선주자들을 거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왜일까. 우 의원은 최근 주변에 2002년 16대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기억을 회고하곤 했다고 한다. 당시 이인제 전 의원이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고 1위를 달렸지만 ‘노풍(盧風)’을 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막판 역전승했다. 그러나 우 의원 회고는 당시 48세로 경선에 참여한 정동영 전 의원의 ‘감초’역할을 기억해야한다는 취지였다.
 
우 의원은 최근 자신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은 박용진 의원에게 “대선 경선에 뛰어드는 게 좋겠다. 정 전 의원도 2002년 대선에서 다른 주자들에 긴장감을 심어줬다. 2007년엔 본인이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설을 돕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우 의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빅3’ 외에 2부리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2부리그가 필요하나.
“흥행 때문이다. 신진들이 새 어젠다를 던지면 ‘빅3’도 조직 싸움만 할 순 없을 거다. 긴장감을 갖고 임할 거고 그러면서 판도 커질 거다.”
 
누가 합류하나.
“올해 초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출마를 독려했는데 아직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막판까지 고민할 것이다.”
 
경선연기론은.
“일부 의원의 말일 뿐 ‘찻잔 속 태풍’도 못 된다. 의원단 3분의 2 이상 동의하지 않으면 어려울 거다.”
 

송영길과 40년 지기…대선 관리자 될까

무(無)계파를 강조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내년 대선을 진두지휘하게 되자 당내 중립 지대를 지켜 온 우 의원의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은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우 의원)와 경영학과(송 의원)를 졸업한 81학번 동기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나란히 정치권에 입문했는데 금배지는 송 대표가 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인천 계양을)에서 먼저 달았다. 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서울 서대문갑)에서 당선됐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오종택 기자

 
2019년 1월 송 대표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송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진의를 사람들이 잘 안다. 하지만 자제하는 게 좋겠다”라고 만류한 것도 우 의원이었다.
 
대선 주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7월 경선 국면에서 송 대표가 우 의원에 모종의 역할을 맡길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 주자 주변에서 경선연기론이 여전한 만큼 파열음이 언제든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경선룰에 대한 잡음을 막는데 우 의원이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우 의원도 “대선기획단을 조기 발족해 방향을 잡아주는 게 당이 흔들리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본인 미래는 서울시장 재출마?

우 의원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4·7 보궐선거 패배 후 주변엔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내가 상근을 하면서 세게 돕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86그룹의 3선 의원은 “우 의원이 ‘킹메이커’ 역할을 바라는 것 같다”며 “정권 재창출 과정에 기여한 뒤 서울시장 선거에 재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한 표결 하루전인 2016년 12월 8일 우상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안 부결시 전 의원이 사직서를 쓰겠다며 이를 공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