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통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월간 상승 폭으로는 2008년 9월(4.9%)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였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99%, 나스닥 지수는 2.67% 급락했다.
달러당 원화값 연초 대비 47원 하락
미 근원물가 25년 만에 최고 급등
증시 급락, 안전자산 달러로 돈 몰려
외국인, 코스피 3일간 6조 순매도
Fed 긴축 전환 예상보다 빠를 수도
미국에서 시장금리의 지표로 사용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2일 장중 한때 연 1.69%까지 뛰어올랐다. 이어 13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156%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0.031%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의 상승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안전자산 선호, 위험자산 축소의 신호로 여겨진다.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이 사흘 연속 대규모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코스피 시장에서 6조원 넘게 내다 팔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3일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미국 대형은행인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물가 상승률에 대해 “Fed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물가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중고차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주택 임대료와 의료비의 움직임은 잠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요인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Fed가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적당한 시점을 골라 긴축으로 전환하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물가 상승세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 Fed가 예상보다 빠르게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강달러 지속에 1170원까지 하락 전망도
그는 오는 8월을 전후로 Fed의 통화정책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원화값은 달러당 1170원까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플레이션 지속 여부를 가늠하는 분기점은 올여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소비가 침체했던 기저효과를 배제하고 물가 수준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인플레이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투자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진다. 그 중에선 은행·보험 관련주가 ‘투자 피난처’로 떠오른다. 13일 코스피 시장의 은행업 지수는 전날보다 3.9% 올랐다. 업종별 상승률로는 가장 높았다. 한 달 전보다는 15.2% 상승했다. 기업은행은 3.9% 뛰었고 하나금융지주(2.52%)와 신한금융지주(1.59%)도 나란히 올랐다.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 등으로 올해 초 은행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13일 코스피 시장의 보험업 지수도 3.38% 상승했다. 한화생명(9.77%)을 비롯해 동양생명(7.02%)·한화손해보험(5.78%)·미래에셋생명(4.71%) 등이 비교적 많이 올랐다. 은행과 보험은 시장금리 상승기에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이다. 은행의 경우 주요 수입원인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예대 마진)가 벌어지고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난다.
염지현·이승호·황의영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