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돈이 없다며 버텼다. B씨를 툭툭 건들면서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혼나고 싶나”고 말했고, 112에 신고 전화도 했다. 제한시간 외에 영업하면 과태료를 부과받는 노래주점의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화가 난 B씨는 A씨를 상대로 주먹과 발을 이용해 무차별 폭행을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엔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살아서 노래방을 나가지 못했다.
살인을 저지른 B씨는 가게 내 한적한 방에 시신을 둔 채 고민에 빠졌다. 그는 지난달 22일 오후 6시 24분쯤 노래주점 인근 가게에서 14ℓ짜리 세제 1통과 75ℓ짜리 쓰레기봉투, 테이프 등을 샀다. 같은 날 오후 3시 44분쯤 노래주점 앞 음식점을 찾아가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지난달 24일 A씨 시신을 훼손하고 자신의 승용차에 실었다. 유기 장소를 찾아 헤매면서 망자의 소지품을 인천 곳곳에 버렸고,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은 B씨가 지난달 26~29일 사이 시신을 철마산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추궁에 범행 자백
경찰은 주점 내부에서 발견된 A씨의 혈흔, A씨와 B씨가 주점에서 단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토대로 B씨에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봤다. 지난 12일 B씨를 체포했고, 계속된 추궁에 B씨도 범행을 자백하며 시신 유기 장소를 털어놓았다. 경찰은 12일 오후 철마산에서 훼손된 A씨 시신을 수습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B씨는 “A씨와 술값 때문에 시비가 붙어 몸싸움하다가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에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긴급성·위험성 없다고 판단, 미흡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범죄 피해 신고는 하지 않았다”며 “욕설 섞인 말을 했지만, 상대방은 별소리가 없었고 피해자 목소리 톤도 차분했다. 싸우는 소리 등 소음도 없어 종합적으로 볼 때 긴급성이나 위험성이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다만 “신고 접수 경찰관이 ‘제가 알아서 하는 거예요’라고 피해자의 말을 신고 취소 의미로 받아들이고 먼저 끊은 점, 업주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고려하지 않은 점은 미흡했다”며 “직무교육을 강화하는 등 조치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