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보수장 회의 마친 뒤 곧바로 방한
13일 오전 판문점 JSA 찾아 분단 현장 확인
문재인 대통령, 서훈 실장 면담 조율중
오후엔 국방정보본부 이례적으로 방문
DNI는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이 정보기관을 개편하면서 설립된 부처로, 중앙정보국(CIA)와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의 정보기관 15개를 총괄하는 곳이다. 따라서 헤인스 국장은 미국 정보기관의 컨트롤 타워를 이끄는 정보의 수장이다. 미국 언론에선 '최고 스파이' '스파이 대장'(chief spy)으로 불리곤 한다. 정부 당국자는 “헤인스 국장의 국가정보국이 각 정보기관에서 취합한 정보를 매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상 미국은 고위 정보 당국자들의 동선을 비공개로 해 왔다. 이때문에 입국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고 넘어갔다가 사후에 확인되곤 했다. 그런 점에서 사진으로 계속 등장하는 이번 헤인스 국장의 노출 행보는 이례적이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어느 나라나 정보 기관장의 움직임에 대해선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그러나 헤인스 장관의 경우 국내외 언론 등을 통해 동선이 어느 정도 노출되고 있는데 어떠한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움직임 자체를 보안으로 여겨온 미국의 정보 책임자가 JSA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찾은 건 북한을 향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카운터파트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2일 열린 한ㆍ미ㆍ일 정보기관장 회의 참석 이후 일본에 남았지만, 그가 회의 직후 한국을 찾은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서다. 즉 전직 정보기관장이자 한국의 외교안보 책임자인 서훈 실장 등과 최근 검토를 끝낸 미국의 대북정책, 향후 한ㆍ미 공조방향 등을 놓고 협의할 현안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이번 방한이 북한에는 무언의 메시지를, 한국과는 실질적인 협력 및 공조 방안 협의라는 다양한 목적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헤인스 국장은 방한중 일본에서 잠시 만났던 박지원 원장과 국내에서 다시 별도의 시간을 갖고, 대북 정보 교류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헤인스 국장은 오후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 있는 국방정보본부를 방문했다. 군의 핵심 정보 기관인 국방정보본부는 정보사령부와 대북 감청 부대인 777 사령부를 거느렸다. 정부 소식통은 “국방정보본부는 미 DNI 예하의 국방정보국(DIA)와 동격인 기관”이라며 “DNI 국장이 국방정보본부를 따로 찾은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헤인스 국장이 국방정보본부의 강점인 대북 인적정보(휴민트)에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따로 일정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헤인스 국장은 이영철 국방정보본부장과 1시간 넘게 면담을 마친 뒤 떠났다. 이영철 본부장은 “양국간 정보 공유의 건설적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