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 정부 출범 뒤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린 동력은 당시 공익위원이었다. 이후 공익위원이 대거 바뀐 뒤 동결 수준의 인상률을 결정할 때도 이들의 역할이 컸다.
노동계,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 앞두고
경영계 대신 공익위원 타깃으로 진로 변경
공익위원에 하루 수 천건의 문자폭탄 e메일
"일종의 집단 괴롭힘, '태움' 방식을 쓰는 것"
민주당, '최저임금 미만 시 5배 징벌' 법 발의
소상공인 "코로나 보상은 못할망정 벼랑으로"
민주노총은 10일부터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을 대상으로 문자 폭탄을 독려하는 모바일 사이트 운영에 들어갔다. 공익위원 9명의 이름이 적힌 캐리커처 아래에 배치된 '메세지보내기'를 클릭하면 해당 공익위원 또는 모든 공익위원에게 한꺼번에 e-메일로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다. '지난 2년 간 가장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이 결정돼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까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 공익위원은 "하루에 수백 건씩 문자 폭탄이 쏟아져 일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각 공익위원이 재직 중인 학교를 찾아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도 벌이고 있다.
한국노총도 공익위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1일 신임 인사차 찾아온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협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거의 허수아비 같은 정부 기관 뒤에 숨는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공익위원 추천권을 겨냥한 비판으로, 공익위원을 바꾸라는 의미다.
이 와중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10일 발의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지급하면 사업자에게 차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방안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은 2018년 15.5%, 2019년 16.5%, 2020년 15.6%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미만율은 역대 최고수준(미만자 338만6000명)으로 역대 1~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 현 정부에서 쏟아졌다. 특히 숙박·음식업에선 최저임금 미만율이 42.6%에 달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도 줄 형편이 안 돼서 발생한 현상이다. 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고공 행진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라며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4%로 일본 44.3%, 독일 48.1% 등 G7 국가와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임기가 만료되는 노·사, 공익위원의 위촉이 마무리되는 대로 심의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