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S&P GSCI)는 지난 9일 526.28을 기록했다. 2014년 11월 이후 6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수준(443.35)을 뛰어넘었다.
원자재지수 6년6개월 만에 최고
‘경기지표’ 구리 가격 사상 최고
철광석 급등에 건설·차·가전 비상
원유·농산물 값도 꾸준히 올라
투자은행 “역대 다섯번째 상승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간한 ‘5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기름값에 주목했다. KDI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크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와 반도체 배선의 원료가 구리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리버모어 파트너스의 창업자 데이비드 뉴하우저는 CNBC방송에서 “구리는 새로운 원유”라고 평가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에 투입하는 구리의 양이 내연기관차보다 네 배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WSJ “미국, 값 10% 뛴 품목 급증” … 한국도 5월 물가 3% 넘을 수도
철광석 가격도 많이 오르면서 건설·자동차·가전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월 t당 150달러였던 중국 철광석 가격(칭다오항 기준)은 지난주 201.88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철광석 가격이 t당 200달러를 넘은 건 처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t당 70만원이던 철근(SD400, 10㎜) 가격이 지난주 93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제때 자재를 구하지 못해 공사 지연도 발생했다. 거푸집 제작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농산물 가격도 급등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0.9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91.0)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36% 올랐다. 8년 만에 최고가였다. 같은 기간 대두(88.5%)·생돈(84.9%)·원당(62.4%)·커피(아라비카·37.8%) 등도 많이 올랐다. 미국·유럽·브라질 등에서 기상 여건이 나빠지면서 작황이 부진한 영향도 작용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은 원자재 가격이 역대 다섯 번째 장기 상승세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캐나다 로젠버그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소장은 “(원자재) 수퍼 사이클이란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국내외 제조업체들에 원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WSJ는 미국 소비자가 대형마트 등에서 제품을 살 때 1년 전보다 10% 이상 가격이 오른 품목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과 물류·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5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전년 동기 대비)를 넘을 수 있다. 여름까지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9일 발표한 ‘2021년 수정 경제전망’ 자료에서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1.4%)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연간 기준으로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임성빈 기자, 이승호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