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홍준표 시한폭탄 안고 살건가…복당 순간 윤석열 안와"[스팟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1.05.10 05:00

수정 2021.05.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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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초선 당대표 불가론’에 대해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남의 당 일에 상관 말라”며 발끈했다.
 
이날 두 사람의 설전은 홍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낸 김 의원을 저격하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막무가내로 나이만 앞세워 정계 입문 1년밖에 안 된 분이 당 대표를 하겠다는 건 무리”라며 “정치 선배들 험담하고 외부 인사들에 기대어 떠보려고 하는데,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 더 공부하라”고 썼다.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인 김웅 의원이 지난 4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로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조언을 구하기 위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인사하며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한 입장을 김 의원에게 물었더니 첫 반응이 “홍 의원은 제발 남의 당 일에 상관하지 말라”는 일갈이었다. 이어 “막말하는 분만 당에 없으면 초선이 당 대표를 해도 당이 순항할 것”이라며 “당의 구태를 쇄신하겠다는 내 주장은 험담이고, 내게 저주를 퍼부은 홍 의원 글은 미담이냐”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주요 일문일답.
 
외부인사에 의존한다는 홍 의원 비판은.
“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지난 7일 만난 걸 못마땅하게 보는 것 같은데 그 분은 당 소속 인사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은 이미 많은 당내 주자들이 제안했다.”
온실 속 꽃으로도 비유됐는데.
“내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과 홍 의원의 대구 수성을 중 어디가 더 온실이냐.”
공부를 더 하라는 말도 들었는데.
“당을 망친 그런 정치 경륜은 배우지 않겠다.”
 
홍 의원은 느닷없이 왜 이런 글을 올렸을까. 김 의원은 “그의 복당에 부정적인 나를 이참에 길들여 보겠다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이어 “오히려 난 ‘홍 의원이 변하겠다고만 하면 받아주겠다’고 복당의 길을 열어줬는데, 오늘 보듯 그분 참 안 변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무소속 횽준표 의원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용강동 마포포럼에서 열린 제26차 "더좋은 세상으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의원 등 초·재선 그룹에선 당 쇄신 및 중도 확장성 등을 이유로 홍 의원 복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반면 다선 의원들은 보수통합 차원에서 복당시켜야 한다는 이들이 많다.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대표 주자인 주호영·조경태·조해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10일 관련 회견을 여는 홍 의원은 복당 직후 대선에 재도전할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 현재 당 밖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저항력이 거세질 수 있다. 김 의원은 “홍 의원이 복당하는 순간부터 당이 시한폭탄을 안고 살게 되는데, 윤 전 총장이나 다른 유력 인사들이 이런 당에 오겠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선 “내심 ‘내가 세상 물정 모르고 당 대표에 나서는 건가’라는 고민이 컸다”면서도 “만남 후 영남을 볼모 삼아 단물만 빠는 인사에 당을 맡겨선 안 된다, 이번에 반드시 당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송파갑은 서울에서 보수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당의 미래를 이끌겠다는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청년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다음 총선 때 송파 갑은 ‘퓨처 메이커’ 중 한 명이 대표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m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