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나무 위에서 잠자고 쓸개를 핥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는 의미다.
한강 실종 의대생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딱 이 사자성어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손씨는 "부검으로 처참해진 아들의 얼굴을 본 부모가 몇이나 되겠나"라며 "그 모습을 떠올리면 없던 힘도 난다. 정민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밝히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 아들을 떠나보낸 손씨는 처음으로 아들 없는 어버이날을 맞았다. 그는 "아들 없는 어버이날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며 "그래도 한강을 바라볼 때마다 저 큰 곳에서 정민이를 발견한 게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 걱정 그만하라고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손씨는 지난 5일 발인 후 아들을 집에 모셨다. 유골함은 아들 방 책상 위에 뒀다고 한다. 손씨는 "정민이가 생전 좋아했던 유튜버의 방송도 24시간 틀어준다"며 "아들이 없는 게 아직 실감 안 난다"고 했다.
봉사자 중엔 앞서 한강에서 정민씨 시신을 찾은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차씨 주도로 어버이날을 맞아 손씨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봉사자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저한테 조그만 마음의 선물을 하고 싶다 하셔서 나가게 됐다"며 "사실 그런 자리가 현재로선 부담스럽지만,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저희 아들을 위해 고생하시는데 저도 겸사겸사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 같아 거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혹여 '아들이 납치를 당해 원양어선에 끌려 갔을까' 불법 구인 사이트를 뒤지는가 하면, 한강 수풀 속에 쓰러져 있을 정민씨를 상상하며 인근을 샅샅이 살폈다. 한강공원 주변에 현수막도 걸었다.
그러다 사흘 뒤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정민씨의 실종을 세상에 알렸다. 빈소에서도 기자들을 만나 사건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이런 일이 생기면 왜 가정이 망가지는지 알겠더라"면서 "여기에 매달리게 되니 본업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애쓴다고 누군가가 기소되고 그런 게 아니지 않나"라며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변호사에게도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회사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2주 동안 어느 정도 선에선 현재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