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세계 여행비 1000만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 제대 시 3000만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억원 통장’ 등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경기도청에서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을 맺으며 “4년 동안 대학을 다닌 것과 같은 기간에 세계일주를 다닌 것하고, 어떤 것이 더 인생과 역량계발에 도움이 되겠나”며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유튜브 ‘이낙연TV’ 대담에서 군 복무를 한 남성들에게 ‘군 가산점’ 대신 현금성 지원을 하자고 제안하며 “징집된 남성들에게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000만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광주대 강연에서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만들어 모든 신생아가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이런 대규모 재정 지출을 부르는 정책에는 그만큼 대규모 부채가 뒤따른다. 늘어난 지출만큼 빚을 내 메워야 해서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어가고 있다.
국가채무는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 원에서 올해 965조 원으로 급증한다. 같은 기간 국가 채무 비율은 36%에서 48.2%로 뛴다. 2022년에 국가 채무 비율은 52.3%, 2024년에는 59.7%로 오른다. 이들 잠룡 3인방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는 다음 정부에선 ‘나랏빚 1000조 원, 국가 채무 비율 50% 시대’로 출발하는 셈이다.
여야 막론하고 '퍼주기 정책' 우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선거에서 2030세대가 여당을 외면한 건 고용절벽ㆍ집값 폭등 같은 지난 4년간의 국정 실패 때문”이라며 “이미 국민은 각종 현금 살포성 정책이 미래에 세금 인상 등으로 돌아올 청구서란 점을 깨달았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젠 포퓰리즘 정책 경쟁보다는, 지난 정책에 대한 반성과 과감한 정책 기조 전환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장의 인기를 위한 반시장적인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것을 우려했다. 김 원장은 “프랑스의 혁명가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가격 통제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 우려된다. 서민을 위해 우윳값을 강제로 내렸으나, 결국 공급이 부족해 귀족만 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잘된 나라는 없다”며 “모두 함께 못살게 됐다”고 꼬집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