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기침체 상황에서 남성 고용률이 더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남성의 고용률 하락 폭은 여성보다 각각 1.5%포인트와 0.3%포인트 더 컸다. 같은 시기 남성의 실업률 상승 폭도 여성보다 각각 1.7%포인트와 0.3%포인트 높았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차장은 “일반적으로 남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건설업과 제조업 등은 변동성과 경기동행성이 높은 탓에 경기침체 시 고용 충격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보건·사회복지와 교육, 숙박·음식, 도소매 등의 경우 고용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학교와 어린이집이 폐쇄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자녀를 돌보는 부담이 여성에게 고스란히 전가됐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부담이 큰 연령대(30~45세)의 여성 취업자 수 감소에 기혼여성이 기여한 비율은 95.4%에 달했다. 이 연령대의 여성 취업자 중 기혼자가 약 66%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기혼 여성 취업자가 지난해 2월 이후 10%가량이 줄어든 뒤 지난 3월까지 약 1년간 부진한 회복세를 보인 탓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미혼 여성 취업자 수는 6%가 감소한 뒤 꾸준히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등 근로조건 개선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2019년 0.3%에 불과하던 재택근무 활용 비중이 지난해 1.5%로 늘었고, 같은 기간 유연근무제 활용 비중도 10.8%에서 14.2%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사라진 여성의 일자리를 로봇 등 자동화 기술이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감염병 확산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노동자를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자동화 기술로 대체할 유인이 커진 탓이다.
오삼일 차장은 “한국의 여성 경제 참가율과 고용률은 천천히 상승하는 추세”라며 “이 같은 추세가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될 경우 장기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에 긍정적인 요인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