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첩 요건 대통령령→내부 규칙, “두고두고 논란”
실제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안 공수처법 원안은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 법률은 이 조항을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다’고 바꿨다. 대통령령을 수사처 자체 규칙으로 바꾼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을 주도한 여권이 공수처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는 것으로 수정했는데, 이것이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여당이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다 보니 공수처법에 모호한 규정이 많고 사건 이첩 관련 조항이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 당시 공수처 규칙으로 사건 이첩 요건을 정하는 것에 대해 ‘위헌’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 4곳뿐이어서다.
檢 "위헌 소지" 반발에 공수처 "제 식구 감싸나" ‘으르렁’
공수처가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을 달은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타 기관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기소 여부 판단은 공수처에서 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 수사 완료 후 공수처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검은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 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라는 이유를 댔다.
공수처는 이에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법 제45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라고 재반박했다.
공수처는 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에 검사에 대한 공소권이 부여된 것”이라며 “대검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헌법기관이 아닌 공수처의 사무규칙을 대통령령에 준하다고 해석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법 통해 사건 이첩 예측 가능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관련 입법 등을 통해 ‘교통 정리’가 이뤄져야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이 잦아들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한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사건 이첩 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를 대통령령으로 입법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이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우선은 검찰과 공수처 모두 조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갈등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의 상급 기관이라는 듯한 태도를 버려야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